월미도, 영종도, 무의도, 실미도 등. 인천에서 유명하다는 섬은 대부분 중구에 포함 되어 있다. 조호석 기자는 그 섬을 오가는 수 많은 사람들과 지역 주민의 삶의 이야기를 조명하고 중구 지역주민과 함께 공유하고자 한다.
지난 6월, 조호석 기자는 연안동에 40년 이상 거주했다는 지역주민 ‘전치상’을 인터뷰했다. 언뜻 보았을 때 평범한 지역주민 ‘전치상’은 사실 바다와 특별한 관계를 가지고 있었다. 약 150명 주민이 사는 소연평도를 오가며 공직 생활을 한 지 27년. 소연평도 주민과 그의 부하들은 바다의 ‘전치상’을 절대적으로 신뢰한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
바다 위에 안개가 어우러지고 파도가 차오르기 시작하면, 그는 어부와 주민에게 올바른 방향을 알려주었다. 나침반은 항상 그의 머릿속에 있다.
“이 쪽 물길로 가면 파도가 비교적 잠잠하니 괜찮을겁니다” 이렇게 물속을 세세히 파헤치며 알게 된 것은 결코 쉬운 과정이 아니었다. 용의 등 줄기처럼 넘실거리는 검푸른 물살. 그 아래 바다가 절대 보여주지 않으려 한 비밀을 전치상은 힘겨운 사투 끝에 알아냈다. 바로 ‘길’ 이다. 평생을 바다와 옥신각신하며 살다 보니 어느새 물고기처럼 물길이 훤히 보였다. 처음에는 오기였다. ‘네가 이기나, 내가 이기나 두고 보자.’ 흉포한 용왕신에게 싸움을 걸었다. 그는 때때로 ‘우리 주민이 돌아올 때까지 기다려라.’ 위압적으로 말도 하고, ‘바다야 파도를 좀 멈춰다오.’ 하며, 마치 짐승을 길들이듯 말을 걸면서 끈기 있게 대했다. 바다는 대답하지 않는다. 물살로 신호를 보낼 뿐이다. 항해할 때, 그는 바다의 맥을 짚으며 신호를 놓치지 않으려 온 신경을 집중했다. |
어느덧 정년 퇴임을 앞둔 그는 정다운 연안동에서 새로운 삶을 준비하고 있다. 그는 남북 정상회담이 성사되며, 한반도에 평화가 다가오자 어린아이처럼 좋아했다. 본인 뿐만 아니라 소연평도의 주민을 위해 평화는 무척 절실했다. 그는 오늘 또 다른 기원을 한다.
‘평화야 머물러라.’ 평생 삶을 바쳐 온 바다에 평화가 깃들기를. 중국과 북한 어선이 아닌 바다, 그 자체에만 집중하며 싸울 수 있기를 바라며 전치상의 주문은 오늘도 물결에 떠올랐다가 흘러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