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미가엘종합사회복지관] 공짜라서 다행인 것 > 소식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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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인천역 언덕 저 꼭대기에 있던 성미가엘에 처음 방문했던 날부터 벌써 8개월이 지났다. 졸업을 앞둔 대학교 4학년에게 봉사활동이란 그저 이력서에 한 줄 더 추가할 만한 경력일 뿐이었는데. 언제든지 그만둘 수 있는 거라고 생각했던 봉사활동은 전공 수업을 통해 내 인생에 들어와, 이제는 벌써 4계절을 함께 보내고 있다.

첫 봉사 시작이었던 4월 당시 우리 팀 <인연>의 목표는 어느 팀이 아이들에게 더 교육적인 수업을 해줄까, 어느 팀이 그 완성도가 가장 높아 성적을 잘 받을 수 있을 까였고, 엄청나게 기대되는 과정은 아니었다.

하여 첫 수업 때도 아이들과의 첫인상이 그렇게 강력하지는 않았다. 수업에 별로 흥미도 없어 보이는 초등학생들과 잘 마무리할 수 있을까? 하는 우려와 걱정이 동시에 들었기 때문이다. ‘영웅 그리기’ 첫 수업을 시작했을 때 나는 아이들이 기껏해야 아이언맨이나 슈퍼맨을 그릴 것이라 예상했을 정도니까. 그러나 아이들이 소방관을 그리고, 자신이 아주 좋아하는 축구 선수, 자신의 친구를 영웅의 모습으로 그리는 것을 보고 꽤 놀랐던 것이 아이들과의 첫인상이었다.

아이들이 각자의 생각을 공유할수록 우리에게도 다른 욕심이 생겼다. 어떤 선생님이 아이들에게 가장 인기가 많을지, 어떤 선생님이 더 좋은 수업을 해줄지, 아이들에게 어떻게 전달해야 더 쉽고 마음에 남는 수업이 될지에 욕심이 났다. 아이들에게 영문학을 가르쳐주고, 그를 통해 영어에 조금 더 흥미를 키워주고자 한다 적었던 우리의 프로그램 계획서 목표는 어느 순간 아이들이 풍요로운 마음을 가진 아이가 되게 돕는다는 목표로 바뀌어 버렸다. 그러나 6주간의 수업은 아이들이 마음을 열었다 느끼기도 전에 끝나버렸고, 우리는 끝에서 새로운 시작을 결심했다.

열정이 불타올랐다. 학기가 끝나고 뜨거운 여름이 시작됐지만, 우리는 매주 성미가엘에 갔다. 지난 수업 역할극이 가장 재미있었다는 아이들에게 훨씬 재밌고, 즐거운 게임으로 영문법을 알려주고자 했다. 더 좋고 꼼꼼한 프로그램을 위해 사비로 책도 사고, 따로 만나 연구도 하고, 계획서를 구상했으나, 열정만큼 아이들이 따라주지 않음에 속상했다. 아무래도 문법이라는 콘텐츠는 놀이로도 극복할 수 없는 어마어마한 노잼 주제였다. 그동안 우리는 챈트를 통한 파닉스나 미로 찾기나 팝 퀴즈 같은 다양한 방법을 시도했으나 때마다 반응이 시원찮았으니, 사기도 많이 떨어진 상태였다. 그 즈음 우리의 첫 수업 를 예쁘게 봐주신 YBM 인천 지부 지사장님과 연이 닿아 터닝포인트가 되었다. 지사장님은 우리가 영어 독서를 기반으로 수업을 진행함이 어떠냐 제안하셨고, 덕분에 우리는 새로운 성미가엘 도서관에서 아이들에게 다시 영어 선생님이 되어, 아이들에게 영어책을 읽어주게 되었다.

영어영문 학부생으로서 아이들에게 영어책을 읽어주고 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수업은 아주 완벽한 궁합이었다. 특히 초등학교 1학년부터 4학년 담당 선생님인 나는 를 읽고 지난여름 모두가 다녀온 바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을 읽고 나서는 키우고 싶은 애완동물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수업을 했다.

“선생님, 저는 가재 키우고 싶어요!”

“저는 집에 시츄있어요!” 하고 신나 이야기하는 아이들에게 나는 오, 선생님은 강아지는 안 키워봤지만, 물고기는 키워봤는데 아마 예찬이는 잘할 거 같다고 대답해주며, 앞서 배웠던 단어와 새로 이야기 나온 동물의 영어 이름도 가르쳐주는 시간을 가진다. 그토록 재미없어 하던 영문법 시간과는 180도 달라진 아이들의 태도가 귀엽기도 하고, 진작에 같이 책을 읽을 걸 하는 미안한 생각도 들었다.

사람들은 우리가 지난 학기 그 전공 수업 이후로도 여전히 봉사를 다니고 있다고 하면 대부분 비슷한 물음을 던진다. “돈 안 받으시는 거죠?”, “그 분야에서 일하시려고 계속 다니시는 건가요?” 등과 같은. 그러나 우리는 영어 강사가 되거나, 사회복지사가 꿈인 사람들이 아니고, 그저 주어진 기회를 놓치지 않은 대학생이었던 것 같다. 특히 나는 이곳에서 늘 그랬듯 대단한 것을 하지는 않았다. 그냥 아이들과 책을 읽고, 책에 대한 물음을 던지고, 아이들의 대답에 귀 기울여주고, 그 생각을 약간의 영어로 바꿔준다. 아이들은 일주일에 한번 나를 만나 일주일 간의 이야기를 풀어놓고 책과 관련해 떠오른 이야기들을 들려주는 것뿐이다.

그렇게 우린 지나온 4개의 계절 동안 각자가 가진 기회와 능력을 아이들에게 주었다. 때마다 아이들이 진심으로 수업을 즐기고 능동적으로 참여하면, 그 자체가 우리에겐 봉사의 목적이자 결과가 되었다. 노력에는 보상을, 오른손이 한 일은 왼손에게 알리던 대학생들은 열정에 대한 보상을 ‘공짜’아이들의 호응과 약간의 보람으로 받게 된 것이다.

노력에 대한 대가를 돈으로 받지 않아도, 공짜라고는 믿을 수 없을 만큼의 추억과 경험을 받게 된 성미가엘종합사회복지관과의 인연. 앞으로도 수업은 언제나 한 사람이라도 두 팔 벌려 환영하니 많이 찾아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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