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시의회] 의원논단 : 양성평등의 시대 > 소식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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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년생 김지영, 페미니즘인가

“우리 지영이 하고 싶은 거 다 해….”

1982년 봄에 태어나 누군가의 딸이자 아내, 엄마로 오늘을 살아가는 영화 <82년생 김지영>의 한 대목이다. 이미 베스트셀러로 인기리에 주목받았던 책이 영화로 상영되면서 사회적으로 큰 이슈가 되고 있다.

영화를 보면서 누군가는 공감했고, 또 누군가는 따뜻한 위로를 받았다. 특히, 이 시대를 살아가는 수많은 김지영이 눈물을 흘렸다. 남성들도, 세대를 넘어 공감하는 분들도 많았다. 그동안 겉으로 모두 드러내지 못하고 가슴 속에 담아 두었던 이야기와 평소 느꼈던 불합리한 요소들이 화두로 던져지며 대중의 마음에 와닿은 것이다.

이 영화가 이렇게 큰 반향을 일으키고 관심을 끌 수 있던 비결은, 나와 내 가족, 내 친구, 내 주위 누군가의 이야기이고 우리 모두의 이야기라는 점에서 출발한다. 일상적이고도 흔한 소재가 오히려 더 잔잔한 감동과 위안을 주기에 충분했던 것이다. 다 안다고 생각했고 심지어 본인조차도 괜찮다고 했지만, 사실은 아무도 인식하지 못한 채 지내 온 이야기를, 어쩌면 누군가가 먼저 나서서 알아주고 말해 주길 기다렸는지도 모른다.

좋은 평가만 있는 것은 아니다. 반대로 페미니즘이라는 프레임이 씌워져 젠더 갈등, 성(性) 대결로까지 번져 나가는 양상을 보이기도 한다. 남성도 여성 못지않은 차별을 받았다고 항변하는 ‘82년생 김철수’라는 글도 등장했고, 동조하는 남성들의 수많은 댓글이 이어졌다고 한다. 엄밀히 말해 ‘페미니즘’은 반남성주의를 의미하지도 않고, 남성을 혐오한다거나 배척하는 것과는 다른 뜻이다. 오히려 성차별에서 기인하는 억압과 불합리한 요소를 해소하고, 평등한 사회를 만들자는 의미를 담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라면 페미니즘의 시각을 담고 있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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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vs 남성’ 상대적 차별의 불편한 진실

이 영화에 대해 굳이 얘기하자면 대한민국에서 살아가는 평범한 여성의 고단한 삶의 이야기는 맞다. 다만 관습처럼 굳어진 일상에서의 남녀차별, 출산 및 육아로 인한 경력단절과 사회가 강조하는 여성 역할의 내용이 남자 입장에서는 다소 불편할 수도 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 책임을 남자에게만 묻지는 않는다. 이러한 불평등은 시간이 흐르며 형성된 사회적 구조와 관념 속에서 만들어졌다고 볼 수 있다. 누구를 특정해서 탓하지는 않지만 한 번쯤은 짚어 봐야 하는, 그리고 우리가 함께 풀어 가야 할 숙제인 것이다.

또 하나 중요한 사실은 여성은 여성대로, 남성은 남성대로 상대적 차별을 받는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사실 살아가다 보면 꼭 성별이 아니더라도 세대별, 지역별, 나라별, 세상이 만들어놓은 기준에 의한 불평등은 어디에나 존재한다. 상대방에 대한 이러한 불평등과 차별이 나에게는 그저 불편한 진실처럼 다가오지는 않았는지 한 번쯤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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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을 살아가는 모든 김지영, 김철수에게 응원을

잠시 타임머신을 타고 1982년으로 가 보자. 그 시대 여성은 사회적 활동보다는 가사와 육아에 전념했고, 때로는 딸로서 희생도 당연하게 여겼다. 사회에 나와서도 유리천장에 가로막혀 고위직이나 정부 요직에 앉기란 매우 어려운 일이었다. 남성이라고 짓눌린 애환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남자다운 강인함, 가장으로서 경제력을 갖춰야 하는 무게감, 병역 의무까지... 그 시대의 김지영과 김철수는 대부분 그러한 삶을 살았다.

그리고 지금 2019년, 시대가 바뀌었고 의식도 많이 바뀌었다. 무엇보다 여성들의 목소리가 높아졌고, 기본적인 권리와 평등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물론 아직까지는 차별과 불평등의 요소가 곳곳에 남아 있고, 이로 인한 사회적 갈등과 같은 과도기적 현상도 나타난다. 그래도 여성 평등에 대해 공감하는 이들이 늘어 가고 성 평등 지수도 높아지는 것을 보면, 완벽히 똑같지는 않더라도 어느 정도 평등한 사회 실현이 가능하다는 희망이 보인다.

언젠가 이런 말을 들은 적이 있다. 남자의 반대는 여자가 아니라고. 남자와 여자는 경쟁의 대상이 아니라 함께 살아가야 하는 동반자이자 가족, 동료, 이웃이라는 사실을 우리는 잊고 살 때가 참 많다. 그 당연한 이야기를 더 이상 논쟁거리로 삼지 말고 차이는 인정하되 차별하지 않는 사회를 위해 다 함께 노력해 보자. 그 첫걸음은 서로에 대한 존중과 배려이다. 오늘을 살아가는 모든 김지영과 김철수를 응원하며, 서로에게 용기와 위로가 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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