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 나열한 두 개의 단어를 사전에서 찾아보면 다음과 같은 의미가 나옵니다.
유기농 : 화학비료나 농약을 사용하지 않고 퇴비 같은 유기비료를 쓰며 생물학적인 방법으로 병충해를 방지하는 농업. 반대말: 화학농. 자연산 : 인공적으로 길러서 번식시킨 것이 아니라 자연에서 저절로 생산되는 것. 반대말: 양식. 언제부터인지 시기를 특정하기는 어렵지만 건강한 먹거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유기농” 혹은 “자연산”이란 수식어가 붙은 먹거리를 찾는 이들이 많아졌습니다. 그런데 유기농법으로 재배하고 자연에서 채취하고 생산한 먹거리는 ‘정말 다 안전하고 건강하고 좋은 먹거리인가?’하는 의문이 떠오릅니다. 집진 장치의 가동을 중단한 채 여과 없이 방출되는 오염물질은 한 곳에 머물러 있지 않습니다. 아니 가는 데 없이 흘러 다니며 모든 지역의 대기를 오염시켜 놓습니다. 용량을 초과하거나 가동을 중단한 채 흘려보내는 오·폐수는 강으로, 바다로 흘러들어 강과 바다의 모든 생태계를 파괴시킵니다. 그리고 오염된 물질을 한껏 품고 있는 수증기는 비가 되어 산으로, 밭으로, 논으로, 그렇게 흘러들어 땅을 온통 오염시켜 놓습니다. 물론 직접 매립하는 쓰레기나 오염물질은 말할 것도 없겠지요... 이런 현실을 놓고 볼 때, “유기농”, “자연산”이란 수식어구가 과연 건강하고 안전한 먹거리란 사실을 입증하거나 보장해 줄 수 있는 것일까? 심한 의구심이 듭니다. 이를테면 이런 겁니다. 쇳가루가 잔뜩 내려앉은 자연산 나물이나 버섯들... 대기 중의 오염물질을 잔뜩 품고 내리는 비를 맞고 자란 유기농 채소와 곡식들. 그리고 그것을 먹고 자란 육지 동물들... 무단 방류된 오염물질에 지속적으로 노출된 자연산 바다(강) 고기들... “유기농”이고 “자연산”은 확실한데, 열거된 예시를 보고 건강하고 안전하다는 확신이 드시는지요? 우리는 때때로 자신도 모르게 굉장히 모순적인 태도를 취하며 살아가는 듯 합니다. 자연이나 환경에 대한 문제에는 무관심하거나 개선을 위한 운동이나 움직임에 미온적이거나 때로는 환경오염과 파괴의 주범으로 살아가고 있으면서, 건강을 위한답시고 “유기농”이나 “자연산”에 열광하며, 건강과 안전을 담보 받을 수 있다고 스스로를 안심시킵니다. 그러나 앞서 살펴본 것처럼, 자연과 환경을 대하는 우리의 태도가 근본적으로 바뀌지 않으면, 그래서 환경 자체가 정화되지 않으면, “유기농·자연산”이 문제가 아니라 “유기농·자연산의 할아버지”라도 이 문제는 해결되지 않습니다. 어느 방송인의 말처럼, “그게 뭔 의미가 있겠습니까?” ‘환경보호에 힘쓰자.’는 식상한 얘기의 반복이 아니라, 삶을 대하는 우리의 자세가 적어도 이중적이지는 않았으면 좋겠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요즘 흔히 말하는 ‘내로남불’). 왜냐하면 우리의 이중성에서 서로에 대한 불신이, 상대를 향한 반목이, 해결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 갈등이 발생되기 때문입니다. 이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단초가 이중성이 아닌 일관성에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 박종훈(안토니오)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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