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성구장애인종합복지관] 정년퇴임 “정보화교사 류재병” 인터뷰 > 소식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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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복지관 개관과 함께 정보화 교사로 입사하여, 16년 동안 장애인 컴퓨터 활용능력 향상, IT전문인력 양성, 장애인 웹툰아카데미 교육 사업을 진행하셨습니다.
아쉬운 마음으로 정년퇴직을 앞두신 류재병 선생님의 이야기를 담아보았습니다.

Q. 복지관 개관 멤버로 입사해서 6월 30일 정년퇴임을 맞게 되셨는데 소감은 어떠신가요?
- 시원섭섭합니다. 어제 입사한 것 같은데 세월이 금방이라는 생각이 들고 아직 믿기지가 않습니다. 정년이 왔다는 것을 인정하고 싶지 않고 마음은 청춘인데 세월이 원망스럽습니다(웃음)

Q. 정보화 교사로 복지관에 근무하게 된 계기가 있으신가요?
-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그 시절에 휠체어 장애인들이 대학을 다니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30년 전 생계를 위해 직업 훈련을 받아서 기술을 배워 취업을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성세재활원에서 인쇄기술을 습득하고자 들어갔습니다. 그 당시는 인쇄업이 호황이었지요.
교육을 받던 중 성인장애인 근로시설이 인가가 나서 월평동에 인쇄훈련소가 생겨 견습생으로 들어갔고, 약 50여 명의 장애인들을 채용하여 모전자와 계약하고 부품 생산업무를 하였습니다. 처음 생산직 사원으로 입사해서 열정적으로 임했고 그 결과, 관리직으로 전환되는 결과를 얻었습니다.

처음 컴퓨터에 관심을 갖게 되어, 그 당시 100만원이라는 큰 금액의 컴퓨터를 구입했고, 컴퓨터 학원도 다녔습니다. 이후 직장에서는 컴퓨터를 할 줄 안다는 이유로 자재과 반장으로 발령을 받았습니다.
생산량을 맞추는 중요한 업무를 담당했는데 수치가 맞지 않으면 집에 가지 못할 정도였습니다. 전임자는 그 많은 숫자를 일일이 계산기로 두드렸고, 계산기의 숫자 부분이 다 지워져 있을 정도였습니다(웃음)
이에 엑셀이라고는 자동차 엑셀밖에 몰랐던 저는 재고관리를 하며 서점에 있는 엑셀 관련된 책이라는 책은 전부 사서 독파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매일 야근이었지만, 엑셀로 재고 조사를 하고부터는 항상 정확하게 수가 맞았습니다.
이때, 전산화라는 것에 특별한 매력을 느낀 것 같습니다.

일에 몰두하여 사생활도 없는 시간이었지만 10년 동안 인정도 받고 보람도 느끼던 차에 IMF가 터졌습니다. 모든 일거리는 중국으로 넘어갔고 실업자가 되었습니다. 이 시기에 좀 더 공부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대학도 들어가서 5년 만에 졸업을 하고 정보처리기능사, 정보처리기사, 사회복지사 자격증을 차례로 취득하였습니다.
운이 좋게도 컴퓨터를 한다는 이유로 일했던 법인의 후원 전산 담당 업무를 수행하였고, 직업훈련생 담당 사회복지사로서의 업무를 맡게 되었습니다.
유성구에 장애인종합복지관이 개관하고 정보화교사를 모집한다는 소식에 입사 지원을 했고 오늘에 이르렀습니다.
밤새 공부하고 어려운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였고 운도 따라주었기에 오늘의 내가 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Q. 정보화 교육을 진행하며 기억에 남는 수강생과 보람이 있었을 때는 언제이신가요?
- “선생님 멋있어요, 여기서 배우니 컴퓨터가 쉬워요.”라고 하시거나 한동네에 살던 신성동 교육생이 저의 어머니를 통해 “너 최고로 잘 가르친다고 하더라.”라는 말씀을 전해 들었을 때 정말 행복했습니다.
장애인의 특성을 고려하여 한 손 장애인을 위한 도구를 제작해서 쥐고 자판을 누를 수 있게 하거나, 특수키를 활용하게 하고 진도를 따라가기 어려워하는 장애인분들에겐 선행학습 과제를 주는 등 장애 유형에 맞는 학습법으로 교육을 했습니다. 차별화된 수업 진행을 위한 노력을 교육생들이 알아줄 때 보람을 느꼈습니다.
정보화 교육은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통합 프로그램으로 균형을 맞추고자 하였습니다. 저도 장애인이지만 함께하는 교육을 통해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벽을 허무는 계기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였다고 생각합니다. 공통의 관심사인 컴퓨터로 교육생들을 가깝게 만들고 서로를 이해하는 시간이었습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교육생은 심장장애를 가진 여성 장애인분이 있는데 성격도 쾌활하고 수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인상 깊었습니다.
장애인은 취업뿐만 아니라 어떤 분야를 하더라도 컴퓨터는 삶의 방편이라는 생각을 가지셨으면 좋겠습니다. 생활의 편리를 위해서 컴퓨터는 필수이고 변화의 시대에 맞춰 스마트폰도 사용해야 하기 때문에 막연하게 어렵다는 생각을 하지 말고 꼭 배우셨으면 좋겠습니다.

Q. 앞으로 걸어갈 퇴직 후 제2의 인생 계획은 어떻게 되세요?
- 일 위주로 생활했었다면 이제는 내 자신에게 투자를 많이 해서 내가 정말 좋아하는 게 무엇인지 차차 찾아볼 계획입니다.

Q. 같은 길을 걸어가고 있는 동료들에게 해주고 싶으신 말씀은요?
- 인생을 짧습니다. 순간에 충실하고 나중은 없다는 생각으로 하고 싶은 일은 그때그때 바로하라고 전하고 싶습니다. 전 젊은 시절 일에 올인하다보니 개인 생활은 없었습니다. 후배들은 ‘워라벨(일과 삶의 균형)’라는 말이 있듯이 균형이 깨지는 시행착오를 겪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Q. 일일이 만나서 인사를 전하지 못하는 이용자분들에게 한말씀 부탁드립니다.
- 당신이 있어서 내가 있었습니다. 모두 건강하시길 바랍니다.



16년여동안 복지관에서 열정을 다하셨던 류재병 선생님의 정년퇴임을 축하드리며, 새로운 시작을 응원하겠습니다.


인터뷰와 글 : 운영지원팀 유상미
사진과 편집 : 기획홍보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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