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의 구분이 뚜렷한 지방에서는 계절의 변화를 감지할 수 있는 다양한 현상들이 동반됩니다. 이를테면 개나리나 진달래꽃이 피는 걸 보면 ‘봄이구나’싶고, 연초록의 싱그러움이 녹음으로 짙어지면 ‘여름인가’싶고, 한낮의 매미 울음소리 보다 저녁나절 귀뚜라미 울음소리가 더 잘 들리면 ‘가을이 왔음’을 실감하고, 된서리에 산야의 나무들이 일제히 잎을 떨구면 ‘겨울이 시작되었음’을 느낍니다.
봄, 여름 지나 가을의 문턱으로 들어서는 요즘. 계절의 변화를 알리는 자연의 노크소리가 들리시는지요? |
요셉의집 화단에서 자라는 배롱나무입니다. 7월부터 9월까지 근 100일 동안 붉은 꽃을 피운다 해서 백일홍이라 불리기도 하는데요. 예로부터 어르신들은 “이 꽃이 질 때쯤, 한여름의 무더위와 장마와 태풍을 이겨내고 튼실하게 여문 벼를 수확할 수 있다.”고 말씀하셨답니다. 어르신들의 말씀을 되새기며 다시 바라보니, 가을의 문을 두드리는 백일홍의 소리가 더 잘 들리는 듯 여겨지는 9월입니다.
박종훈(안토니오)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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