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똑’ “아버님~저 왔어요!” 굳게 닫혀있는 현관문을 두드리며 문을 향해 소리를 낸다. 말이 끝나기 무섭게 현관문 안쪽에서는 “왈왈!!” 반려견(예삐)이 짖는 소리가 들려온다. ‘철컥..!’ 잠금장치 열리는 소리와 함께 문이 열린다. 아버님은 들어오라는 손짓으로 반갑게 맞아 주신다.
‘한 주간 잘 지내셨는지’, ‘쌀쌀해진 날씨 이야기.’, ‘식사는 하셨는지.’ 누구에게나 전할듯한 가벼운 안부 인사로 가정방문을 시작한다. 그날 아버님의 컨디션에 따라 이야기도 나누고, 산책도 하고, 스마트폰 배우기도 열심히 했다. 그리고 다음 만남을 기약하며 아쉽게 발걸음을 돌린다. 돌아가는 길엔 반갑게 손짓하며, 아쉬움에 나를 보내는 아버님의 표정이 아른아른하다.
‘어디서도 경험하지 못할 소중한 활동(오손도손)’ 내가 오순도순 활동을 시작하고, 처음 썼던 자원봉사일지의 제목이다. 친한 학교 선배의 추천으로 봉사활동도 하고, 사례관리를 배우기 위해 오손도손 활동을 시작했다. 오손도손 활동을 통해 소중하고 다양한 만남을 가질 수 있음에 감사한 마음을 갖게 된다.
신기한 점은 봉사활동을 하면 할수록 더 오랫동안 하고 싶고, 다음 주 만남이 기다려졌다. 그리고 ‘이봉표’라는 사람을 대하는 아버님의 태도가 달라졌다. 정확히 말하면 달라져 갔다. 우선, 웃음이 많아지셨다. 무표정으로 어색하게 글을 통해 아버님 본인 의사를 표현하는 것이 줄어들고, 어색하지만 소리 내어 말씀하려고 노력하셨다. 할수 있었지만 굳이 하지 않고 글로만 작성하며 대화해야했던 아버님이 타인과의 소통이 얼마나 어려웠을까? 어려움이 느껴졌다. 그리고 나와 대화하려는 아버님의 모습에 진심이 담겨있음을 느끼게 되었다.
“이봉표씨”, “봉표씨”, “봉표”, “봉”
전화를 거는 것이 어려운 아버님은 나에게 먼저 문자메시지나 카카오톡으로 연락을 하신다.
나는 이제 “봉”이 되었다. 아버님은 이제 “이봉표씨”가 아닌 “봉”이라는 친구와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마음을 나누고 싶어하신다. 좋은것도 싫은것도 나에게는 살짝 이야기하신다.(이건 정말 비밀이다.)
‘친구가 되는 것!’ 나의 목표다. 오손도손 활동을 통해서, 활동이 마무리되어도 소중한 만남을 이어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을 갖게 되었다.
힘든 일, 기분 좋은 일이 있으면 먼저 생각나는 친구, 환경도, 상황도, 나이도 너무나 다르지만 서로의 마음을 알고, 고민을 나누고 들을 수 있는 사이가 친구라고 생각한다. 비밀이야기를 속닥거리며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아버님과 “봉”이 좋은 친구가 될 것 같은 예감이 든다. 코로나 19로 모두 사회적 거리를 두고 있지만, 봉과 아버님이 가지는 마음의 거리는 여전히 가까워지고 있다.
한국침례신학대학교 사회복지학과 4학년, 마지막 학기를 보내는 이봉표에게 참 잘했다고 칭찬해주고 싶다. 오손도손을 통해, 송강사회복지관을 통해 오늘도 행복한 봉사활동을 하고 돌아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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