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성구장애인종합복지관] 알려드립니다 > 소식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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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문화예술지원사업의 일환으로 진행된 ‘내 꿈을 펼쳐라’ 프로그램이 총 25회를 끝으로 올해 교육이 종료되었습니다. 총 6명이 함께한 이 프로그램은 글쓰기의 이해, 올바른 문장 쓰기, 글쓰기의 순서 등 기본교육부터 실제 창작할 수 있는 내용까지 다양하게 구성되어 교육이 진행되었습니다.

2021년 문화예술교육지원사업 참여자 이경애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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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틈이 있어야 정이 가는 거시여” 라고 엄마는 말씀하셨다.
바늘 구멍 만한 틈도 보이지 않고 힘들게 사는 딸의 모습이 걱정되신 모양 이었다.

나는 모든 사람들에게 나의 약한 모습을 보여주기가 싫었다. 내 약한 틈을 보여주면 나를 무시하고 버림을 받을 거 같아 강한 척, 아는 척을 했다. 누구의 도움도 원치 않았다. 힘들지만 혼자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주고 싶었다. 그러면 그럴수록 그 틈은 서서히 벌어지고 있다는 것을 알지 못했고, 알려고도 하지 않았다.

중학교 체육시간 때였다. 나는 장애 때문에 선생님의 배려로 운동장에 나가지 않고 교실에 있었다. 하지만 한 시간 내내 강한 불 위에서 벌 받고 있는 기분이었다. 체육 시간이 끝나자 친구들은 교실로 들어와 저마다 힘들다고 하소연을 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한 친구가 말했다. “경애야, 너는 좋겠다. 더운 날 힘들게 밖에 나가지도 않고 교실에서 신선처럼 놀고 있으니 너무 부럽다. 그 말을 듣는 순간, 친구 입을 테이프로 친친 감아 깊은 바다에 던지고 싶었다. 화가 났다. “그렇게 부러우면 내 몸하고 바꿀래. 나는 네가 부러워 미치겠다. 나도 너희들하고 같이 달리면서 땀도 흘리고 싶고 넘어지기도 하고, 힘들다고 선생님께 말도 하고 줄넘기를 못하면 선생님께 지적도 받고 싶어.” 라고 소리치고 나니 한번 터진 눈물이 태풍처럼 몰아쳤다. 내 울음에 친구는 당황해하며 어쩔 줄 몰라 했다.

수업이 끝나고 친구가 부드러운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며 “경애야 울고 나니 속 시원하지? 네가 우는데 속상하면서도 가면 속의 네 모습이 아닌 진짜 네 모습을 본 거 같아 좋았어. 매일매일 너는 우리에게 틈을 보이지 않으려고 가면을 쓰고 그 가면 무게에 힘들어하는 모습이 무척 안쓰럽고 측은해 보였거든.” 친구는 잠시 말을 멈추고 나의 표정을 살피며 조용히 말을 이어 갔다. “우리에게 불만이 있으면 지금처럼 이야기 해. 도 닦는 도사처럼 있지 말고. 그리고 네가 도움을 받을 일이 있으면 우리한테 부탁해 줘. 그러면 우리는 즐거운 마음으로 너를 도와줄게. 우리는 누군가의 도움을 받지 않고는 살아갈 수 없잖아. 나도 너한테 가끔 노트정리 한 거 빌리잖아.” 라고 말을 하고 내 손을 힘주어 잡는다.
“너는 틈도 없고 화도 모르는 로봇 같았는데, 네 우는 모습을 보니 너도 나와 똑같은 사람이구나 라고 생각 했어. 축하해, 진정한 우리들 친구로 돌아와 줘서.” 친구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많은 친구들이 축하의 박수를 치며 모두들 활짝 웃는다.

그 뒤로 나는 친구 앞에서 실수도 하고 도움도 청하며, 내가 얼마나 많은 틈이 있는지 하나 둘 보여주기 시작했다. 그러자 친구들이 많이 좋아했고, 내가 도움을 청하면 싫어하는 기색 없이 도와주었다.

벌어진 틈들을 감추지 않으니, 웃음이 내 곁을 떠나지 않았고, 모난 내 마음의 돌들이 둥글게 만들어지고 있어 아프지도 않았다. 나는 지금 아들에게 말을 한다.
“사람은 틈이 있어야 정이 가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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