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광역시의회] 하루하루 여행 : 잠시 멈추면 보이는 행복, 오류동 독립서점 ‘잠시, 서점’ > 소식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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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 있는 물고기는 물살을 거스르지만, 죽은 물고기는 물살에 떠내려간다.” 우리 인간도 물고기와 똑같습니다. 하루하루 물살을 거슬러 헤엄치지 않으면 안 됩니다. 왜냐하면 그것이 살아있다는 증거니까요. 역경을 헤치고 앞으로 나가는 것이 우리네 인생이니까요. 지금 서 있는 바로 그곳에서 한 걸음 내디디고, 힘들다면 내가 살아있다고 생각하고 그 속에서 스스로 길을 찾아 전진하는 것 역시 인생입니다.
히노 오키오 <내일 세상을 떠나도 오늘 꽃에 물을 주세요> 중에서

혼돈과 카오스 시대, 끝날 듯 끝나지 않는 코로나19 확진자 수를 발 빠르게 알리는 안전문자를 매일 받으며 일상을 살아내야 하는 사람들. ‘코로나 블루’에서 이제는 ‘코로나 블랙’으로 치닫는 현실을 부정할 수만 없다. 히노 오키오의 책 <내일 세상을 떠나도 오늘 꽃에 물을 주세요>에서처럼 우리는 오늘 살아있다고 생각하고 그 속에서 스스로 길을 찾아야만 한다.

위드코로나19 시대에 우리의 시간은 ‘잠시 멈춤’ 상태다. 마스크를 쓴 채 코, 입을 가리고 서로 눈으로 교감하고, 시간·공간적 거리두기에 모두가 힘을 기울이고 있다. 코로나에 대한 해답은 있는 걸까? 하루에도 몇 번씩 불안감과 내려놓음 사이를 오가며 감정의 변화를 조절해간다.

지난 9월 오류동 동네 책방 ‘잠시, 서점’을 방문해 코로나 펜데믹으로 어려운 시기지만 ‘건강한 도시공동체’ 안에서 함께 살아야 함을 잊지 않고 매일 꽃에 물을 주듯 책방을 운영하는 이상은 대표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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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류동 동네책방 ‘잠시, 서점’

노인보호 지역이라는 표기가 도로 곳곳에 눈에 띄고, 다소 한적한 오류동 골목길에 ‘잠시, 서점’ 간판이 눈에 띈다.

책방일까? 카페일까? 뭐 하는 곳이지?

오후 2시, 서점지기 이상은 씨가 직원과 함께 간단한 실내 청소와 환기를 시작으로 책방 문을 활짝 열었다. 책방을 운영하기 전에 학생 진로 상담과 교육 쪽 일을 했던 상은 씨가 독립서점에 관심을 두기 시작한 것은 2~3년 전이다. 2017년 서울에서 한창 독립서점 붐이 일었던 터라 서울 곳곳을 다니며 서점의 가치를 찾기 위해 노력했다.

상은 씨는 먹자골목으로 유명한 오류동에 위치를 정하고, 간판 이름을 생각하다가 ‘Moment’, ‘잠시’라는 시간의 개념을 생각해보았다. 간판을 올렸을 때 상은 씨가 가장 많이 받은 질문은 “사장님, 잠시만 하려고 책방 이름이 ‘잠시, 서점’이에요?”라고.

그러면 상은 씨는 이렇게 대답했다.
“‘잠시’가 될 수도 ‘평생’이 될 수도 있겠죠. ‘잠시’의 연결이 ‘평생’ 아닐까요.”
상은 씨의 우문현답이다.

장소를 정할 때 세 가지 기준을 정했다. 집이랑 멀지 않을 것, 지하철역이 하나 있었으면 좋겠고, 작은 대학이나 학교가 있는 곳을 찾았다. 오류동 <잠시, 서점>이 위치한 인근에는 오류역과 을지대학교 캠퍼스가 있다.

오류먹자골목에서 멀지 않고, 도심인 듯 시골스러운 분위기가 마음을 사로잡았다. 자동차로 10분이면 출퇴근이 가능한 상은 씨 집과도 멀지 않다. 최적의 장소를 만난 것. 역시 집이든, 가게든 주인은 따로 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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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학교, 쉴 수 있는 서점

서점 문을 처음 열었을 때, 20~30대 여성 고객들이 많이 찾아줄 것이라 예상했지만, 실제로 40~50대 중년, 퇴직하고 노후를 즐기는 어르신들, 아이를 데리고 오는 주부까지 연령대가 굉장히 넓어졌다. 처음 책방의 테마를 ‘취미’로 잡았던 상은 씨는 다양한 문화행사를 겸비하면서 다양한 고객층을 모두 흡수했다.

카테고리로 분류하자면 ▲책으로 하는 취미 프로그램 ▲전문 강사 초빙 운영 클래스 ▲책의 저자와 함께하는 북토크 문화강좌 등 크게 세 가지로 나눠서 운영한다.

코로나19로 문화행사를 진행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방역수칙을 철저히 지켜가면서 참여자 수를 절반 이하로 축소하고 온라인으로 할 수 있는 방안을 연구했다.

2019년부터 <잠시, 서점>은 ‘예비사회적기업’ 으로서 책방의 가치를 써 내려갔다. 공공의 사회적 가치에 중점을 둔 사업으로 육성 지원하면서 지속해서 지역민과 함께 어려움을 극복해냈다.

“어디까지가 지역서점일까요? 동네에 있는 동네서점에 지역민이 찾아올 수 있는 ‘문화사랑방’ 역할을 하면 좋겠어요. 옛날 미용실처럼. 이런 문화랑 가까운 서점의 역할이 존재한다는 것을 시의회에서 조례로 만들어 알아줬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대전광역시의회에서는 제245회 임시회에서 「 대전광역시 지역서점 활성화 조례안 」(홍종원 의원 외 14인)과 제250회 임시회에서 「대전광역시교육청 지역거점 협력 및 독서문화 진흥 조례안」(정기현 의원 외 7인)을 발의해서 조례로 제정, 지역서점 활성화를 위해 정책적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대전시와 의회, 그리고 동네 책방 대표들의 네트워크가 활발하게 이뤄지면서 위드 코로나19 시대에 지역민과 함께 건강한 도시공동체를 만들어 가는데 머리를 모았다. “걸어서 동네 책방을 간다는 것은 책이 내 삶의 일부가 되는 것”이라고 김훈 작가는 말했다.

좋은 책방이 운영되고 있어도 지역민이 외면하면 오롯이 성장하기 어렵다. 답답하지만 마스크를 쓰고, 손 자주 씻기는 기본으로 방역수칙을 지켜가면서 천천히 도시 속에서 살아가야 한다. 그것이 코로나 블루, 코로나 블랙을 이겨내는 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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