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광역시립손소리복지관] 사랑의 족쇄 > 소식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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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금요일이었다.
외근 후 돌아와 보니, 내 책상 위에는 먹음직한 딸기와 잘 익은 감 두 개가 놓여 있었다.

‘아.. 또 점희 할머니구나..'

2015년도 본부로 발령받은 후 점희 할머니와의 인연은 시작되었다.
그때의 처음 만남을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할머니의 손 때문이었다.
살이 벗겨진 채로 진물이 흐르던 상처투성이 손가락! 무척 아파보였다.

“이거 왜 이래요? 저랑 어서 병원에 가요!”

“병원가도 소용없어. 젊었을 때 돼지농장에서 일한 적 있는데 그때 걸린 동상이 아직 안나아서 그래. 병원가도 못 고쳐!”

병원가도 소용없다는 할머니 고집을 꺽고 나는 피부 쪽으로 유명하다는 나자로 병원을 찾았다.
못 고친다는 믿음으로 20년 가까이 병원 걸음을 못하게 했던 그 병명은 어이없게도 습진이었다.
농인 어르신들 중엔 아주 상식적인 병에 대한 정보도 제대로 접하지 못해 병을 키우는 경우들이 간혹 있다.(치질인지 모르고 죽을 병에 걸렸다고 믿는 경우도 있었다.)
할머니의 경우도 그런 경우였다.

할머니는 손가락 속에 벌레가 산다고 믿었기 때문에 상처가 아물어도 자꾸 긁어서 다시 상처를 내곤 하셨다.

고민 끝에 의사선생님과의 007작전으로 “주사로 손가락 벌레가 다 죽었다”는 하얀 거짓말을 한 후에야 할머니의 손가락은 예뻐지기 시작했다.
그 인연으로 점희 할머니는 소위, 경바라기가 되었고 지금까지도 고맙다며 이것저것 자꾸 갖다 주시는 것이다.
난 당연한 일을 한 것 뿐인데, 뭐가 그리 고마우신건지... 늘 받기만 하는 것이 너무 미안한 마음이었다.
그래서 이번엔 정말 받으면 안되겠다 싶어,

“할머니 드세요. 받기만 하는 것이 너무 미안해서 그래요. 이젠 이러지 마셔요.”

그랬더니 극구 내 뜻을 사양하시면서 하는 말씀이,

“아니야 그냥 받아! 이건 내가 너를 너무 사랑해서 주는 거니까 받아도 돼!”

...ㅠ

점희 할머니의 삶을, 그 고단함과 외로움을 너무나 잘 알기에 할머니의 갑작스런 사랑고백은 내 감정을 마구 일렁이게 했다.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흘렀다.
그리고 할머니를 꼭 안아 드렸다.

아이같은 미소로 어찌나 좋아하시던지...
그 모습은 또 얼마나 사랑스럽던지...^^

“할머니! 저도 할머니 많이 사랑해요. 언제나 건강하세요!”

이렇게해서 내 발목엔 점희 할머니라는 또 다른 족쇄가 채워졌다...ㅎ
도망갈래야 도망갈 수 없게 만드는 마음 짠한 족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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