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노인복지관] GKL 지역명사와 함께하는 문화여행 여행 소감문 > 소식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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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로 만들어가는 다양한 세대공감
“상상 플러스” 여행 소감문


 오늘은 GKL에서 시행하는 다양한 세대 공감투어 상상플러스를 시행하는 날이다, 조·손 세대가 문화여행을 통해 세대 간의 어울림과 교감의 여행을 통해서 아동들에게 인생의 지혜를 배울 수 있게 하는 프로그램이다. 12시, 복지관 직원들의 환송을 받으며 버스는 출발했다.

  여행 전에 3차례의 만남을 통해 서로 간에 산뢰와 유대감, 친밀감을 형성하기 위한 과정이 있었는데, 처음 만난 김지운 학생은 전국소년출전 관계로 참석하지 못하고, 두 번째 만남에서 전준영 학생을 새로 만나게 되었다. 서로가 처음이다.

  나는 준영이의 말문을 열게 하려고 “학교 공부 중 무슨 과목이 재미있지?”하고 물었다. “없어요” 눈길도 주지 않은 채 돌아온 대답은 단답형이었다. 대화를 거부한다는 의사표시인가? 생떽쥐베리 소설의 “어린왕자”가 “어른들은 참 이상해 ‘무슨 색을 좋아하니?,’, ‘무슨 꽃을 좋아하니?’ 하고 묻는 게 아니고. ‘몇 살이니?,’, ‘몇 학년이니’하고 숫자만 관심이 있어”라고 한 말이 기억나서 숫자는 묻지 않고 일상의 가벼운 질문을 했는데 이런 대답이 오다니!, 나는 잠시 뜸을 두고 다시 물었다. “좋아하는 운동은 뭐니?”, 이번에도 역시 단답형으로 “없어요” 다. 이건 완전 절벽이다.

  어디부터 어떻게 손을 써야 이 아이의 마음의 문을 열 수 있을까? 40여간 경력의 교직경험도 무용지물이란 말인가? 팀장에게 물었으나 개인정보라 아무것도 모른단다. 정말 캄캄한 어둠속에 더듬거리며 길을 찾는 수밖에 없다. 이리저리 머리를 굴린 끝에 “그럼 학교에서 재미있는 일은 뭐지?” 하고 물었다. 역시나 “노는 거요” “뭘 하고 놀지?”, “술래잡기요” 준영이와 나의 첫 만남은 이렇게 소 닭 보듯 무미건조하게 시작되었다. 김춘수 시인의 시에는 “이름을 불러 주었더니 내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고 했는데 준영이는 이름을 불러 주어도 꽃이 되어주기는커녕 완전 불통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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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 번째 만난 날 준영이가 뜻밖의 말을 하였다. “이삭 토스트 맛있게 먹었어요.” 두 번째 만난 날 모임이 채 끝나기도 전에 서둘러 일어서기에 “왜 서두르지 했더니 할머니 댁에 들려 얼굴 보이고, 학원에 가려면 바쁘다”는 거였다. 그 날 간식으로 받은 이삭 토스트와 음료수를 준영이에게 주었었다. 그 이삭 토스트와 음료수를 할머니께 드렸더니 “맛있다”고 하시면서 “맛있게 먹었다”고 인사해라 하고 가르쳐 주신 모양이구나 생각하고 ‘준영이가 마음의 문을 조금씩 열어가고 있는 느낌을 받았다.

  하동 가는 날 준영이는 버스의 내 옆자리에 앉아마자 휴대폰을 꺼내서 게임을 한다. 옆자리의 상진이도 게임에 열중이다. 앞자리에서는 멘토가 열심히 골든벨 문제를 옆자리의 멘티에게 설명해 주고 있다. 골든벨 문제를 가르쳐주는 날 학생이 참석하지 못해서 가르쳐주는 거란다. 나는 워드로 인쇄한 골든벨 문답지를 준영이에게 주고 읽어보라고 했다. 얼마 동안 읽어 보는데 옆자리의 상진이가 보자고하니 용지를 준다. 준영이보다 1학년 낮은 4학년이지만 같이 합기도 장을 다녀서 친하단다. 이때 나도 상진이의 이름을 알게 되었다. 얼마 후 문제지를 돌려받은 나는 그 문제지를 앞자리의 학생에게 주었더니 잠시 보더니 돌려준다.

  “빨리도 보았네” 했더니 “휴대폰으로 찍어놨어요”한다. 이름이 뭐냐고 했더니 “다연”이란다. 나는 “이름에 ‘연’자가 들어간 사람은 모두 착하고 좋은 사람이야” 하고 내 명찰을 보여 주었다. 다연이는 웃으면서 내 이름을 중얼거렸다. 그렇게 해서 상진이와 다연이와도 조금 쯤 친하게 되었다. 드디어 목적지인 최 참판 댁에 도착했다. 최 참판 댁과 박경리 문학관을 둘러보는 내내 준영이는 내 손을 꼭 잡고 다녔다. 화장실이나 어디를 다녀와서도, 자석의 다른 극끼리 달라붙듯 찰싹 소리가 나도록 내 손을 힘껏 잡는다. 나도 “철커덕”하고 말 하면서 준영이 손을 꼭 쥐어주었다. 계단을 오르내릴 때도 준영이가 잡은 손에 힘을 주어서, 불편하고 아픈 무릎 때문에 힘들어하는 나를 도와주었다.

  숙소인 켄싱턴 리조트에 도착해서 골든 벨 문제를 푸는 장소로 갔다. 다연이네 옆에 앉아 있던 나와 준영이는 우물쭈물 하는 사이에 반대편 맨 뒷자리에 앉게 되었다. 바로 앞에는 상진이네가 앉아있다.

 나는 문답지를 다시 한 번 점검 하라고 다연이에게 갖다 주었다. 오래 전에 토지를 읽고, 최 참판 댁을 여러 번 방문했었기에 설명을 들은 문제는 어렵지 않았으나, 넌센스 문제는 그야말로 오리무중이다. 그런데도 아이들은 용케도 답을 맞춘다. 넌센스 문제의 답을 알게 될 때마다 그야말로 나의 굳은 머리가 이제 넌센스가 되었구나하고 새삼 느꼈다. 결국 다연이 팀과 우리 팀 중에서 우승자 팀 가려지게 되있다. 마지막 문제이니 조금 긴장도 되어있었는데, 문제를 듣는 순간 앞에 콱 막혔다, 왜 이리 생각이 안 날까? 결국 준우승 상을 받게 되었는데 상품으로 두 가지를 받아가지고 들어오는데 앉기도 전에, 이미 중간 탈락 상을 하나 받은 옆자리의 상진이가 하나를 달라고 한다.

  상품을 주는 것은 아깝지 않으나, 주려면 나와 짝꿍인 준영이를 주어야하는데 하고 잠깐 망설이다가 거절당하면 어린 마음에 상처가 될 것 같아 “그래”하고 하나를 선뜻 주었다. 준영이도 앞서 받은 보온 머그컵을 들고 좋아라 하고 있었기 때문에 덜 미안했다. 최종 우승자가 된 다연이가 나한테 고맙다고 한다. 나는 다연이네가 우승한 것도 기분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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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숙소로 돌아와 침구를 배분하고 얼굴과 발을 씻고 나니, 이경준 팀장이 숙소 상황점검을 왔다. 그런대로 숙소 상황은 괜찮았다. 나는 9시가 되면 대부분 잠자리에 든다. 더군다나 잠자리가 바뀌어 수면제를 먹고, 잠을 청하는데, 치킨이 배달되어 왔다. 나는 “맛있게 드세요”라고 말하면서 다시 잠자리에 들었다. 잠들기를 기다리는데 얼마 후 또 벨이 울렸다. 이번에는 생수와 음료수가 배달되어 왔다는 소리가 들린다. 나는 나가보지도 않고 잠을 청했다. 수면 중에 두어번 깨어서 용변을 보고 다시 잠들어 5시에 깨었다.

  주섬주섬 옷을 입고 큰길로 나가 계곡으로 내려가 보려 했으나, 무릎 상태가 좋지 않아 포기하고, 다시 실내로 들어와 엘리베이터로 9층에 올라가 난간에 나가 보니 계곡과 주의 산들이 훤하게 내가보였다. 구경을 마치고 식당에 가서 기다리니 일행들이 금방 왔다. 준영이는 나를 찾아 내 앞자리에 앉아 식사를 마쳤다. 나는 준영이를 데리고 가는데 상진이도 따라왔다. 엘리베이터로 9층까지 올라가 훤히 트인 산과 계곡의 경치를 구경시켜 주었다.

 쌍계사는 몇 차례 와서 불일폭포까지 가본 적이 있건만, 세월이 흘러서인지 낯설고 새롭다. 구경하며 내려오는데, 여학생 하나가 우울한 표정으로 서성거린다. “다른 아이처럼 재미있게 이야기도하면서 구경해라” 했더니, “할머니가 아무 말도 안 해요”하며 자못 서운한 눈치이다. “그러면 네가 먼저 말을 하고 재미있게 구경해봐” 하고 자리를 떴다.

 다도 체험 장에서 두 팀 네 명이 한 상에 앉았다. 학생이 중심이 되어 차를 우려내고 마시는 체험을 한 후, 데친 찻잎을 돈 모양으로 만드는 체험을 했다. 나는 차를 뜨거운 물로 우려내야 진하게 잘 우러나는 걸로 알았는데, 너무 뜨거우면 탄닌이 녹아나와 차 맛이 떫어진다는 걸 새로 알았다.

 점심 식사하러 가는 길에 이색적인 건물 안에서 처음으로 홍도라지 크림이라는 걸 맛보았다. 이런데도 있구나하고 생각했다. 점심은 한식 뷔페인데 약밥과 나물을 조금 가지고 자리에 앉아있는데, 이것저것 음식을 챙겨 든 준영이가 용케도 앞자리를 찾아 앉는다. 유대감과 친밀감이 형성 되고 정이 들었나 보다.

 섬진강 물고기 체험장(섬진강어류생태관)은 공사 중이라 일부만 개방한단다. 거대한 수조 안에 물고기들을 구경하는 동안에도 준영이는 내 곁을 떠나지 않고 함께 다녔다. 에코백과 보석상자의 물고기 그림에 알록달록 색칠도 하고, 예쁜 물고기 뱃지도 만들었다. 밖으로 나와 양어장 물고기에 먹이를 주었는데 희미하게 먹는 둥 마는 둥 하는 놈, 덥적 넓적 받아 먹는 놈, 물장구를 치며 앞 다퉈 먹는 놈, 예쁜 색깔을 띈 놈 이런 저런 물고기의 먹이를 주고 난 뒤에, 버스에 올라 군산으로 향했다. 예상보다 일찍 밝은 날에 복지관에 도착하여 준영이에게 잘 가라고 등을 토닥여 준 뒤에 차에서 내렸다. 일행들 서로 간에 인사를 하고 택시를 탔다.

 이번 여행은 이경준 팀장이 사전 답사 체험을 통해서 여행경로와 행사내용을 잘 파악하고 있어서 모든 일이 계획대로 착착 진행 되었다. 도우미 팀원들도 친절하고 부드러워 가족 같은 분위기속에서 진행되었다. 임시로 구성된 조직을 만남의 기회가 적어 서로를 이해 할 수 있는 시간이 부족했지만, 참가자 모두가 마음을 열어 서로 협동하고, 도와가면서 참여하여 여행 전체가 편안하고, 물 흐르듯 순조롭게 진행 되었다.

 조손 세대 간에도 막힘없는 교감이 이루어져 정겹고 흐믓한 시간이었고, 학생들과 어울리며 어린 시절이 떠오르기도 했다.

 이런 좋은 여행 기회를 제공해 준 GKL사회공헌재단과 한국노인종합복지관협회, 그리고 이 프로그램을 계획하고 진행한 이경준 팀장과 팀원 모두의 노고를 치하하고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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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서연경 복지관 일본어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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