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시의회] 말과생각 : 직업별 수명(壽命)의 ‘비밀’ > 소식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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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베르트·모차르트·멘델스존의 단명

미국과 영국의 록스타들은 젊어서 죽는 확률이 일반인들의 2∼3배에 이른다는 조사결과가 몇 년 전에 나온 적이 있다. 록가수 1,000여 명을 대상으로 분석해 보니 평균 40세 안팎에 사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것인데, 주로 약물이나 알코올 남용이 원인이라고 한다. 클래식 음악계에서도 요절한 이들이 많다. 31세에 죽은 슈베르트를 비롯해 모차르트(35세), 멘델스존(38세) 등이 너무 아까운 나이에 죽음을 맞았다.

그렇다면 음악가는 대개 이렇듯 단명한 것일까. 그러나 가장 평균수명이 길어 보이는 직업도 역시 음악인이다. 바로 오케스트라 지휘자들이다. 록스타들처럼 조사 통계를 낸 것은 없지만 유명 지휘자들 중에는 장수한 이들이 매우 많다. 스토코프스키는 95년, 토스카니니는 90년을 살았다. 대중들에게 인기가 높았던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이 81세의 적지 않은 나이에 작고한 것조차 오히려 단명(短命)이라고 생각될 정도다.

지휘자들의 장수에 대해 의학적 설명으로는 “지휘봉을 흔드는 것이 심폐 기능을 강화시키고 유연성을 길러 주며 엔도르핀을 증가시키기 때문”이라는 이유가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신체적인 요인 외에 한편으로는 정신적 심리적인 측면도 크지 않았을까 싶다. 그건 바로 직업의 성격과 수명 간의 관계인데, 즉 사회적 지위의 고하를 떠나 그 직업의 성격이 독립적이냐 종속적이냐는 것이 그 직업군의 수명에 적잖은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지휘자의 장수는 그가 오케스트라의 ‘지배자’로서 다른 어느 직업보다도 타인에 의해 종속되지 않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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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숨 ‘수(壽)’의 의미

비서 직종이나 자가용 운전기사가 비교적 수명이 짧은 편이라는 추정도 같은 측면에서 설명될 수 있다. 상사에 의해 자신의 생활이 좌우되는 직업이라는 점이 수명을 단축시킨다는 것이다.

직업의 성격 간의 수명차를 보면서 물리학의 질량총량보존의 법칙과 같은 ‘수명총량의 법칙’이라고 할 수 있는 것도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 본다. 즉 어느 개인이든 어느 사회든 그 사회의 삶이랄까 용량에도 뭔가 총량이 정해져 있는 게 아닐까하는 것이다. 록스타들은 격렬한 열정의 분출-그것이 설령 자기파괴적인 탕진이랄지라도-로써 자신에게 주어진 삶의 총량을 짧은 시간에 연소한 것이라는 것, 모차르트의 요절은 천재로서 비범한 삶과 업적을 남긴 것의 대가인지 모른다는 것이다. 지휘자와 비서, 운전기사처럼 누군가는 다른 사람의 삶의 희생으로 자신의 삶을 더 길게 가져가는 것인지 모른다는 것이다.

목숨 ‘수(壽)’라는 한자는 그 어원이 선비(士)와 장인(工)이 각자 입과 손으로 제 할 일을 다하는 것이라는 뜻에서 비롯됐다. ‘壽’자에는 기쁘다는 뜻도 있는데 제 할 일을 다하는 것은 기쁜 일이라는 의미가 있다는 것이리라. 각자 제 할 일을 다하는 것은 즐거운 것이며, 그렇다면 직업에 따라 수명이 크게 차이가 나지 말아야 마땅할 텐데, 현저한 직업별 수명 차는 직업 간의 귀천(貴賤)이 수명의 장단(長短)을 가른다는 것을 보여 주는 것이 아닌가 싶다. 즉 누군가의 장수는 누군가의 단명의 선물이며, 누군가의 빛은 누군가 그늘에 있었던 덕분이며, 세상의 마른자리는 어딘가 진자리가 있기 때문이라는 것을 얘기하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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