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성구장애인종합복지관] 직무지도원 관리 위탁 사업 활동사례 > 소식지


02.jpg

<슬로우 슬로우 퀵퀵>


사회경험이 전혀 없는 갓 스물의 A군과 하늘하늘한 몸에 힘이 없어 보이는 그래서 직업훈련이라도 잘 받을 수 있을까 하는 20대 후반의 B군을 만나 우리 세 사람은 한배를 타고 취업이라는 목적지를 향해 노를 저어야만 했다.

이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는 직무지도원인 내가 먼저 일을 익히고 항상 밝은 얼굴로 인사하며 두 분이 해야 할 일과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서 해보았다. 무엇보다 두 사람에게 시범을 보여 주고 모방할 기회를 주기 위해서 더 열심히 하였다. 그러다 보니 처음에는 퉁명스럽게 대하고 제네 뭐야 하는 듯한 표정을 짓던 영양과 이모님들께서 서서히 마음을 열고 우리를 받아들여 주시는 느낌이 들었다. 낯선 환경과 낯선 사람들 사이에서 우여곡절 끝에 직업훈련을 마치고 취업을 하게 되었다.

적응지도가 시작되고 어엿한 직장인이 되었지만 A군은 아직 앞치마 끈을 제대로 묶지 못하고 고무장갑 위생 장갑을 꼈다 벗었다 하는 것을 잘 하지 못해서 늘 옆에서 끼워주고 벗는 것을 도와주었다. 그럴 때마다 이모님들은 웃으시며 “선생님이 왜 도와주세요”라고 물으셨다. 나는 “장갑을 끼고 일을 해본 경험이 많이 없고, 남자라서 손이 커서인지 잘 안되는 것 같다고 말씀드리곤 했다. 수개월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뒤집어 벗긴 하지만 그래도 상황에 맞게 갈아끼는 건 잘해서 그나마 다행이다. A군은 비교적 배운 대로 하려고 노력하는 자세로 열심히 하는데 작업속도가 너무 빨라서 일을 많이 하게 되다 보니 형에 대한 불만이 쌓여갔다.

반면 B군은 행동이 느리고 의욕이 없어 지도할 때마다 어려움을 겪었다. 못들은 체 하거나 자신이 하고자 하는 대로 하는 등 엇나가기 일쑤였다. 초에는 잘못된 것을 시정 하도록 반복해서 지도하였다. 매일 작업이 시작되면 두 사람 사이에서 슬로우 슬로우 퀵퀵을 외쳐야만 했다. 하지만 별 진전이 없어 다른 방법을 시도해 보았다. 속도가 빠른 사람은 자신의 분량만 하도록 하고 동작이 느린 사람의 작업량을 남겨두어 끝까지 하도록 하거나 작업구역을 분담해서 하도록 했더니 이전보다 책임감이 강해지고 동료에게 일을 미루거나 책임을 전가하는 일들이 줄어들었다. 그리고 혼자 근무할 경우를 대비해서 가끔 업무를 바꿔서 해보도록 하였다.

그 결과 B군의 작업속도도 빨라지고 꾀를 부리는 일도 줄어들게 되었다. 그러다 보니 어쩌다 B군이 쉬는 날이면 이모님께서는 B군이 왜 안보이냐며 물어보시고, 담당자는 “B군이 출근하지 않으니 표시가 나네요 선생님”이라며 B군의 빈자리를 아쉬워하신다. 앞으로도 계속해서 두 사람이 함께 근무를 해나가야 하므로 어떻게 하면 공평하게 일을 하도록 하는 것이 가장 고민이 되었었는데 그 부분이 해결되어 다행이라는 생각한다.

많은 변화 가운데 하나는 대인 관계에 어려움을 보였던 B군이 이제는 뭔가 필요한 것이 있거나 궁금한 것이 있으면 “이모” 하며 말을 거는 일이 자연스러워졌다는 것이다. 그리고 동료와 친해지자 B군이 듣기 싫어하는 말을 하거나 툭툭치는 등의 장난을 걸면 A군은 정색을 하며 “선생님 형이 자꾸~~해요”라고 이르면서도 장난에 맞장구를 치며 아웅다웅 다투며 서로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알아서 채워주고 근무 중에는 손발을 맞춰서 일하게 되었고 각자가 잘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서 하는 것이 일상이 되었다. 그리고 각자의 장점을 잘 살려 서로 도와주고 이해하며 일하는 모습이 뿌듯하고 대견하기도 하다.

우리 세 사람이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건 힘들어도 포기하지 않고 서로를 의지하며 달려온 결과라고 생각한다. 남은 시간이 많지는 않지만 좀 더 주의 깊게 관찰하여 부족한 부분을 변화시킨다면 앞으로 두 사람만 근무하게 되었을 때 배운 대로 익힌 대로만 잘해준다면 그리고 주변에서 조금만 도와주시고 이해해주신다면 별문제 없이 잘 할 수 있을 것 같다.

무엇보다 수개월 동안 셋이 함께 웃고 힘들어하며 보낸 시간이 헛되지 않아 기쁘고, 나를 더욱 성숙시켜준 두 사람에게 진심으로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footer.jpg
Copyright © StorySend.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