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장종합사회복지관] 어슬렁탐방 > 소식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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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가운 겨울바람이 양 볼을 스친다. 학장동 금강 아파트 경로당 앞에 주차를 시키고 서둘러 105동 뒤쪽 정자가 있는 산길로 올라가기 시작했다. 학마을공동체 회원들은 이미 도착해서 나를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무학다솜아파트 뒤쪽의 산길을 지났지만 회원들은 보이지 않았다. 어디에 있는걸까? 고개를 휘 젓고 있는데 조금 위쪽에서 나을순 대표님께서 다급히 나를 부르는 소리가 난다 ''여기요, 여깁니다 편집장님!'' 숨소리 가쁘게 산속에 메아리친다. “근데 이게 뭡니꺼?” “늘 이름이 궁굼 했어요” 하얀 꽃도 예쁘지만 꽃보다 더 아름다운 배풍등 열매였다. 선홍색의 아름답고 앙증맞은 모습은 산길 여인들의 가슴을 설레게 한다.
럭키아파트 윗길을 지난다. 20여년 넘게 우리식구들에게 보금자리가 되었던 곳이다. 엄궁 떠나온 지 꽤 되었지만 내 마음의 고향은 여전히 사상과 엄궁에 머물고 있었다. 긴 숨을 들이키고 다시 뚜벅 뚜벅~~걷는다. 엄궁 둘레길 숲 옆엔 까만 여우콩이 두 눈을 반짝이고 있다. 회원들이 신기한 듯 만지작 거린다. 겨울산의 바스락거림이 발밑에서 들려온다. 아파트가 주위에 있어서 인지 직박구리가 삐~~삐~~하는 소리도 산 입구를 맴돈다. 키 큰 소나무에서 떨어진 솔방울을 문연자회원이 주워든다. 솔 향이 너무 좋다고 한다. 그래, 솔방울에서 날개 달린 솔씨가 엄마 곁을 떠날 준비를 하고 있는게다. 걸어 올라가다 보니 바로 앞에 엄제당이 보인다. 엄궁 주민들이 1년에 한번씩 모여서 주민들의 안녕을 염원하는 제를 지내는 제당이다. 학장동에는 제당이 남아 있지 않아 아쉬운 마음 한 가득이다. 엄제당을 지나면 윤석동선생님께서 만드신 장승과 솟대가 있어 또한 엄궁의 평안함을 염원하고 있다. ‘장승공원’에서 잠시 꽃 담화를 나누고 숲길을 자박자박 걷는다. 눈이 툭 불거진 장승이 오늘은 왠지 무서워 보이지 않는다. 마음속으로 되 뇌여 본다. 모두 모두가 따스한 겨울을 보내게 해달라고~~
코오롱 아파트 뒤를 지나는데 예전에 있던 커다란 물레방아가 보이지 않는다. 어디 갔을까? 궁굼 하던 차에 울 회원들이 팽나무 밑 에서 사진을 찍는다고 옷매무새를 고치고 있다. 나도 그곳으로 걸어가면서 이 팽나무가 별 탈없이 자란다면 아마도 엄궁의 보호수로 자라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을 슬그머니 가져본다. 불심약수터에 도착하여 물 한 컵을 마시고 입가를 쓰윽 닦는다. 물이 찹기는 하지만 물맛은 그저 그만이었다. 벤치에 앉아서 잠시 간식 타임을 가졌다. 배낭에서 이것 저것 꺼내는데 골고루 많기도 하였다. 배를 든든히 채우고 다시 비목나무를 지나 바람개비 동산을 향해 걸음을 내딛는다. 산 아래 유유히 흐르는 낙동강물이 눈에 들어온다. 태백에서 1300리를 달려온 강물은 이제 하구언에서 바다와 만나 더 먼 길을 떠나리라. 영미, 안순, 희선 회원의 바지에 도깨비바늘 열매가 소복이 붙어있다. 강물도, 열매도 먼 길 떠날 채비를 하는구나~~ 배양순 코디님은 신문에 실을 사진을 찍는다고 분주하였다.
드디어 바람개비 동산에 도착 하였다. 옛날에 형형색색 있던 바람개비를 대신하여 커다란 햐얀 바람개비가 5개 서 있었다. 해가 지면서 강물이 붉어지기 시작한다. 하얀 바람개비 앞에 선홍색 단풍나무 한그루가 초겨울 바람을 맞고 있다. 탄성이 나온다. ‘어쩜 저리도 고을까?’ 오늘 이 순간을 단풍나무 아래에 영원히 간직하고 싶은 마음에 깔깔 거리며 눈 맞춤을 한다
계절이 깊어가는 승학산 자락 둘레길을 걸으면서 우리들은 2020년을 어떻게 마주칠지 2020년과의 대화의 장도 열어 본다
안녕~~
2019년아 잘가~~

- 이용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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