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시의회] 내륙의 바다 부소담악, 향수의 고장 옥천을 탐하다 > 소식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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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륙의 바다 호수여행

입이 떡~ 벌어지는 장관을 볼 때, 그 순간만큼은 시간이 멈춘 듯 기분이 좋아진다. 인근에 주차를 하고 10분 정도 데크길과 계단을 산책 삼아 걸어 오르니 ‘추소정’이라는 정자가 나온다. 무엇인가에 이끌리듯 정자 위로 올라가니 호수 위에 떠 있는 병풍바위 ‘부소담악’이 한눈에 펼쳐진다. 이번 소식지가 나올 때는 겨울이기 때문에 단풍이 절정에 달해 있는 병풍바위의 풍광이 지금은 몹시 그리워질 것이다. 한 폭의 그림처럼.

부소담악은 ‘추소리 부소마을이 수몰되자 물 위에 뜬 바위산’을 일컫는다. 대청댐이 준공되면서 마을 일부가 물에 잠겨 물 위로 솟은 기암절벽인데, 길이가 무려 700m에 달한다. 호숫가에 병풍처럼 펼쳐진 절경이 금강산을 축소해 놓은 것 같다하여 조선시대 학자 우암 송시열이 ‘소금강’이라 예찬한 추소팔경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절경이다.

깊이를 가늠할 수 없는 호수가 내륙의 바다라고 불릴 만큼 깊고 물빛이 맑아 수천 년 세월을 간직한 자연의 신비가 더욱 크게 느껴진다.

고요함, 아름다움, 평화로움…….

추소정은 호수 깊숙이 들어가 누릴 수 있는 마음의 평화가 유독한 곳이다. 추소정에 오르면 추소초등학교 뒷산인 문필봉이 우뚝 시선을 자극하고, 그 아래 호반마을 부소무니가 평화로운 풍경으로 다가온다.

편안히 오를 수 있도록 만들어진 데크 계단으로 쉽게 올랐던 추소정에서 내려올 때는 가파른 흙길을 선택했다. 인생의 오르막길과 내리막길이 분명 존재하는 것처럼 찬란하게 빛을 뽐내며 피었을 단풍나무 한 그루에 지금은 단풍잎 한 장만이 애처롭게 매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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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향수의 고향, 옥천

처음 이곳을 만난 건 뜻하지 않은 행운이었다. 3년 전, 대전 근교로 가족과 함께 가볍게 주말산책 할 곳을 찾다가 우연히 발견한 옥천 향수길은 100년 전 시인 정지용이 어린 시절 뛰어 놀던 그때로 나를 데려다 주었다. 시인의 생가는 바쁘게 돌아가는 세상의 시간을 잠시 멈춰 준다. 야외 스피커에서는 정지용 시인의 시 ‘향수’가 노랫말이 되어 잔잔하게 흘러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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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현대시의 선구자, 정지용 시인을 낳은 옥천 땅을 밟았다. 한 걸음 한 걸음 내디딜 때마다 시인이 나누던 섬세하고 독특한 시의 세계를 음미해 본다. 정지용 시인은 신선한 감각과 독창적인 표현으로 기존의 시와는 다른 새로운 지평으로 한국시를 고양시켰다는 평가를 받았다. 향수, 유리창, 불사조, 백록담, 호수, 바다, 장수산 등 140여 편에 이르는 시는 물론,「정지용 시집」,「백록담」등 시집과「문학독본」,「산문」등 산문집까지 그의 폭넓은 문학세계를 기리기 위해 1988년 올림픽을 계기로 옥천에 정지용문학관이 지어졌다.

시인의 생가는 햇볕이 잘 들고 마당의 나무와 새가 지저귀는 자연과 어우러진 초가삼간이다. 안팎으로 수줍음이 묻어나는 집, 부드러운 곡선을 지닌 우리네 전통민가 초가집은 가난의 대물림에 시름했지만, 민초를 닮아 행복을 엮어 가며 질박한 아름다움을 지닌 고향집이다. 처마 밑으로 시선을 옮겨 마루 위에 올가을 수확한 탐스러운 감이 수북이 쌓여 있다. 이 또한 겨울이 되면 그리워질 장면이다.

마당에는 돌담과 사립문, 초가, 소박한 우물과 장독대, 부엌에는 금방이라도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밥을 지어 낼 수 있는 아궁이와 솥단지 등 살림살이들이 살뜰히 보존되어 있다.

“같은 산 아래 너른 마당에서 목마른 자유와 행복을 찾아 시를 쓰고 솥에 밥을 지으며 살았으리라.”

우리에게는 두 가지 ‘나’가 있다고 한다. 하나는 현실의 ‘나’이고 또 하나는 이상의 ‘나’이다. 잠시 학교에서, 가정에서, 직장에서의 ‘나’가 아닌 여행자로서의 ‘나’로 살아보는 시간, 아름다운 풍광과 멈춘 시간 속에서 시인이 되어 보는 향수의 고향, 옥천에서 또 다른 ‘나’를 찾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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