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광역시의회] 하루하루 여행 : 갈마단길 독립서점 ‘삼요소’ > 소식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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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서적 ‘바닷마을 책방 이야기’ 지은이처럼 어른이 되고서야 우리는 잃어버린 꿈을 한번쯤 생각해 본다. 꿈을 쫓아 새로운 길을 찾기도 한다. 이번 호 대전의정소식 독립책방투어 세 번째 이야기는 젊음의 거리 서구 둔산동과 갈마동의 사이 길목에서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는 독립서점 <삼요소>에서 시작된다.

싱그러운 초록나무 잎으로 간판이 보일 듯 말 듯 했던 <삼요소>는 ‘이런 곳에 책방이?’라고 의구심이 드는 건물 2층에 있다. 책방지기 조규식 대표 생각에 3년 반 정도 다니던 대기업 직장생활을 그만두고 무작정 소자본으로 책방을 시작하기에 이만한 장소가 없었다고 한다.

새로운 시작은 늘 설레지만, 두려움도 있다. 잘 다니던 직장생활 3개월, 3년에 찾아온다는 단순한 슬럼프일 수도 있고, 진정한 삶의 가치를 찾아 시작한 새로운 도전이었을 수도 있다. 한정된 돈으로 시작할 수 있는 위치와 공간을 찾기란 쉽지 않았다. 20대를 서울에서 보낸 청년은 이 일의 시작도 당연히 서울에서 하고 싶었다. 현실적인 문제에 부딪히고서야 어릴 적 학창시절을 보냈던 고향, 대전으로 눈을 돌렸다. 낯설지 않은 학교 근처 갈마동에서 그렇게 제2의 삶이 시작됐다.

조 대표는 <삼요소>에서 일하면서 만난 피앙새와 얼마 전 결혼해 신혼의 달콤함에 빠져 있다. 그런 의미에서 <삼요소>는 꿈과 일, 사랑 세 마리 토끼를 다 잡은 곳이다.
“이보다 더 완벽할 수가 있을까요?”

<삼요소>는 삶의 가치를 실현시키고 더 나은 사람이 되게 해주는 공간이다.

“어떤 목표를 먼저 세우지는 않았다. 직장을 그만두고 새로운 일을 시작해서 하다 보니까 잘할 수 있는 일이 보이고 나아가야 할 길이 만들어진 것 같다.”

그의 삶을 들여다보니 목표를 세우고 실천하는 인생의 시간을 거꾸로 살아도 재밌다는 것을 경험으로 보여 주고 있다. 마치 얼마 전 종영한 tvN 드라마 ‘이태원 클라쓰’의 대전판 박새로이처럼 자신감에 찬 얼굴로 어제보다 오늘 더 나아진 삶을 살아 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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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요소가 무엇인지 궁금하다. 북(책), 베버리지(음료), 커뮤니티(공동체)를 의미한다. 이와 별개로 조 대표에게 삼요소는 꿈과 일 그리고 사랑의 꼭지점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젊은이들이 모이는 문화공간으로 서점을 창업하고, 어떻게 하면 지속적으로 사람들이 모이는 공간이 될까 고민했다. 정답은 ‘모임’이다.

말 그대로 같은 생각을 공유하고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들이 모일 수 있도록 주제를 정하고 공간을 제공하는 커뮤니티. 그런 모임을 2주에 9개 정도 하고 있다.

코로나 19로 사회 곳곳은 언택트 시대가 되어 다소 어려움이 있지만, 생활형 거리두기 속에서 SNS를 통한 랜선 모임과 소모임을 유지해 나가고 있다.

조 대표는 “직장생활하면서 저처럼 성격이 활발하지 못하거나 영화, 책을 좋아하는 성향을 가진 사람들이 만날 수 있는 커뮤니티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 왔다”며 “지금은 고정적으로 오시는 분들이 많아 별도 집객 없이도 꾸준히 <삼요소>를 찾아 주시는 분들이 많다”고 말했다.

음료 외에도 독립서적을 판매하는 <삼요소> 대표는 ‘페이퍼 페이퍼 컴퍼니’라는 이름의 출판사도 준비하고 있다. 책을 만드는 유령회사쯤으로 해석된다. 준비 중인 책은 두 개다. 소설쓰기 모임에서 모은 글로 한 권을 만들고, 다른 한 권은 조 대표가 직접 쓴 글이다. 바쁜 중에도 그는 문학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의 약자, 동물, 여성(페미니즘), 퀴어 등 소외된 계층의 소리를 함께 공유할 수 있는 모임을 꾸준히 운영할 것이다.

가게 문을 열고 들어왔을 때 왼쪽에는 각종 커뮤니티(모임, 공연)와 차를 마실 수 있는 안락한 공간이 있고, 오른쪽에는 주인책장, 독립출판, 베스트셀러와 함께 판매되는 다양한 굿즈들이 즐비해 있는 책방으로 꾸며져 있다. 조 대표는 책이 진열되어 있는 오른쪽 공간을 좀 더 매력적으로 꾸미고 싶다. 지금 하고 있는 일에 대한 그의 애정을 엿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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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대표는 “대전시에서 매년 추진하는 대규모 행사와 화려한 축제도 중요하지만, 소규모로 운영하는 독립책방의 커뮤니티 행사에도 관심과 지원을 아끼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이벤트성이 아닌 대전의 가치를 높여 주는 좋은 이야기, 아이디어가 분명 존재하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삼요소> 건물 뒷골목에는 아기자기한 작은 가게들 사이로 토끼풀이 초록물결을 만들며 춤을 추고 있다. ‘행운을 상징하는 네잎클로버를 찾기 위해 행복을 뜻하는 세잎클로버를 짓밟지 말아야지’라는 생각으로 가만히 내려다 보니 마음이 편안해진다. 처음 <삼요소>를 창업할 당시(2017. 12.)만 해도 갈마동은 카페 한두 개 있을까 말까한 한적한 동네였다. SNS에서 사진맛집으로 입소문을 타면서 연인, 가족, 친구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온기가 품어지고 아름다움이 입혀진다. ‘갈마단길’이라 불리는 이 골목의 변신은 어디까지일지 기대감과 함께 동네 한 바퀴를 천천히 걸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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