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광역시의회] 하루하루 여행 : 진심, 마음의 위로를 채우다 반석카페거리 독립서점 ‘책방채움’ > 소식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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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확진자가 다소 주춤했다가 확산되기를 반복하면서, 우리 생활은 좀처럼 코로나19 이전으로 돌아가기란 쉽지 않을 전망이다. 해외보다 국내여행으로, 여러 사람이 모이기보다 소수의 모임으로, 거리는 두되 온라인으로 만나는 바야흐로 ‘언택트 시대’다. 개인마다 마음을 채우고 위로를 받을 수 있는 공간을 찾아서 나름의 힘든 시간을 견뎌내고 있다. 멀리 가지 않고 마음의 위로를 채울 수 있는 공간을 찾아 떠나고 싶다. 장마가 계속되는 7월의 어느 날, 반석카페거리에 위치한 ‘책방채움’을 찾았다.


결국 사람을 만나는 일

오후 3시 27분, 금방이라도 장맛비가 쏟아질 것 같은 수요일 오후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밝은 미소와 호탕한 웃음소리가 옆집언니처럼 느껴지는 책방지기 신선영 씨가 두 팔 벌려 반긴다. 책방지기의 첫인상은 그 책방의 분위기를 닮는다. 책방에서는 아름다운 피아노 선율로 기쿠지로의 ‘여름’이 흘러나왔다. 그냥,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마음이 편안해진다.

“어서 오세요~. 곧 아이가 올 시간이라 잠깐 다녀와야 해요. 책방 둘러보시며 조금만 기다려주시겠어요? 하하하”

호탕한 웃음소리로 반갑게 맞아주시는 선영 씨는 어린아이를 둔 평범한 엄마이자 남편 따라 경기도에서 대전으로 거주지를 옮긴 경력단절 여성이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사회복지사로 10년 넘게 근무한 경력이 있지만, 대전에 와서 다시 직장생활을 시작하기란 쉽지 않았다고 한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밝은 성격으로 주변 사람까지 즐겁고 유쾌하게 만드는 그녀만의 ‘해피 바이러스’는 무풍 에어컨을 틀어놓은 것처럼 책방의 온도를 상쾌하게 해주었다.

선영 씨는 책을 좋아하지만 가끔 읽는 사람이었다. 글쓰기를 좋아하지만 작가가 될 천부적인 능력을 가진 이도 아니다. 직장을 그만두고 가족과 함께 아무런 연고가 없는 대전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하면서 시간과 여유가 생긴 선영 씨는 남편이랑 재미로 찾아다니던 독립책방에서 그간에 못 보던 책을 폭식하듯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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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영 아나운서의 책 "진작 할 걸 그랬어"라는 책이 있다. 이 책 제목의 의미가 ‘진작 고민할 걸 그랬어’란다. 그 때부터 고민했던 것 같다. 선영 씨는 혼자 다니던 책방을 남편이랑 같이 다니며 자연스럽게 책과 친해졌고, 대전생활에 익숙해질 즈음 “너도 해볼래?” 한마디에 더 이상 미루지 않고 고민하던 "책방채움" 문을 열었다.

에세이, 수필, 산문, 그림책을 좋아해서 비슷한 콘셉트의 책방들을 둘러보다가 반석카페거리를 운명처럼 만났다.

“이곳에는 선영 씨 같은 사람이 많아. 남편따라 외지에 와서 경력단절 되거나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 말이야.”

어려서부터 몸이 약한 아이를 돌보던 엄마 선영 씨가 책방지기가 되면서 비슷한 또래의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이 찾아와 말을 붙이기 시작했다. 사회복지사로 10여 년 일했던 선영 씨는 책방지기도 ‘결국에는 사람을 만나는 일’이라는 공통분모를 갖고 있다며 동네 책방 운영을 훌륭하게 해내고 있다.

지난해 5월 책방 문을 열었으니까 1년이 조금 넘었다. 이제 이곳은 엄마들이 좋아하는 사랑방이자 아이들과 함께 맘 편히 오갈 수 있는 곳으로 자리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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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심, 마음’ 담은 채움

반석카페거리와 잘 어울리는 동네 책방. 책방지기 취향에 따라 책방의 분위기가 달라지는데 <책방채움>에는 엄마와 아이가 읽으면 좋을 책들이 먼저 눈에 띈다.

주로 찾는 이들이 누군지 알 수 있다. 5인 이상만 모이면 소소하게 작은 책 모임을 할 수 있도록 테이블이 가운데 놓여 있다. 간단하게 마실 수 있는 커피와 음료, 차들이 준비되어 있고 잔잔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공간으로 충분하다.

동네 책방들은 도서관처럼 책의 구분 기호를 쓰지 않는다. 책방의 진열대를 찬찬히 들여다보았다. 칸별로 나름 주제를 갖고 있다. 시, 시화집, 시그림책이 있고 그 옆 칸에는 죽음과 삶에 관한 책, 철학 서적과 고전문학도 일부 보인다.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에세이와 마음을 들여다보는 책들까지. 소녀 감성으로 가득한 엄마들이라면 이곳에서 소소한 행복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결국에는 진심, 마음인 것 같아요.”

선영 씨는 책방을 운영하면서 내가 좋아하는 책을 사람들이랑 같이 즐겁게 공유할 수 있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하루하루 책방을 운영하면서 가끔 “여기는 왜 책다운 책은 없냐”는 질문도 받지만, 흔들림 없는 진심으로 사람을 만나는 일을 꾸준히 할 때 그런 질문에도 흔들림이 없다는 것을 선영 씨는 잘 안다.

책을 보거나 타인과 대화를 나누면서 결국은 나를 알아가고 있다. 인생을 한 권의 책으로 본다면 선영 씨는 자신의 한 페이지를 오늘 이곳에서 써내려가고 있는 것이다.

“내 집 앞에 슬리퍼 신고 마음 편하게 아이들과 다닐 수 있는 동네 책방이 동네마다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요. 동네 책방을 이용하는 수가 많아지면 자연스럽게 해결될 일이겠죠? 그런 의미에서 대전시의회에서도 관심을 가져주세요.”

독립서점이나 동네 책방은 책이 유통되는 현실적인 문제 앞에서 대형서점, 온라인서점과 경쟁에서 버티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큰 서점에서 느낄 수 없는, 동네 책방만의 향기가 있다. 이곳을 찾는 사람들 간의 연결고리가 인연이 되어, 삶의 의미를 찾아주기도 하고 마음의 위로를 받기도 한다.

동네마다 책방이 열리는 그날이 올 때까지!
선영 씨는 오늘도 <책방채움> 문을 활짝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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