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광역시의회] 하루하루 여행 : 따뜻한 마음을 나누는 버찌책방 > 소식지


c1.jpg

마음 밭에 책씨앗

한낮에는 간판 불이 눈에 들어오지 않아 동네를 한 바퀴 돌고서야 책방 정문을 찾을 수 있었다. 정문보다 골목 사이로 귀엽게 보이는 버찌 한 쌍의 조그만 이정표가 먼저 눈에 들어왔다.

c2.jpg
정문 옆에서 서점 안을 들여다보기 전, 코팅되어 있는 문구가 눈에 들어온다.

‘오늘 이곳에서 마음 밭에 책씨앗을 심었다’

c3.jpg
어서 오세요~ 아이 키우면서 책방을 운영하다 보니 정리가 잘 안돼요. 동네 어린이들도 많이 오거든요. 밤에는 간판이 잘 보이는데 낮에는 잘 안 보여요. 찾아오느라 힘들지 않았어요?”

여기저기 놓여있던 물건들을 바쁘게 정리하는 책방지기 조예은 대표다. 취재진 주차까지 신경써주는 배려에 유독 친절함이 몸에 베어있다. 버찌책방은 주차장이 협소해 지하철을 이용해 반석역에서 하차 후 걸어오는 것도 좋겠다.

7세 아이를 키우면서 책방을 운영한다는 말에 조 대표의 친절한 행동들이 이해되기 시작했다. 조 대표에게는 기혼여성만이 가질 수 있는 친절함이 몸에 배어있다.

조 대표는 대학에서 프랑스어를 전공하고, 졸업 후 외국계 금융회사에서 일했다. 3번의 이직과 퇴사를 반복한 끝에 조 대표는 독서모임에서 지금의 신랑을 만나 대전으로 내려오게 됐다. 당시를 떠올리며 책을 좋아 했던 조 대표는 아이와 함께 책방을 다니려고 하니 갈만한 곳이 없는데다 대형서점에 가도 마음 한 쪽이 불편했다고 한다. 내 아이와 함께 가도 언제나 마음 편한 작은 책방은 왜 없을까를 고민했다.

c4.jpg

아줌마의 꿈과 희망

“기혼여성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지쳐있던 직장생활을 접고 내가 진짜 꾸준히 좋아하는 일은 무엇일까를 생각해보니, 역시 ‘책’과 ‘여행’이었다.

대학시절 2년 동안 프랑스로 다녀온 어학연수가 그녀에게 또 다른 삶을 꿈꿀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많은 양은 아니지만 회사 다니면서 꾸준히 써놓은 글들을 모아 세 권의 책을 냈다. 책 판권에 써 있는 이메일을 수집해 무작정 100여 군데 출판사에 투고했고, 그 중 2~3군데에서 연락이 왔다. 3권의 책 <서른 살 독하게 도도하게>, <꿈의 직장 골드만삭스에서 꿈을 찾아 떠나다>, 그리고 마지막 책 <여자에게 여행이 필요할 때> 초고를 쓸 때 뱃속에 아이가 있었다. 처음 두 권의 책은 잘 팔리지는 않았다. 유명한 출판사도 아니었고 책만 나오면 모든 것이 순탄하게 이뤄지는 줄 알았다. 마지막 책을 출판한 카시오페이아 출판사는 규모가 꽤 큰 곳이었고, 강의와 홍보에 도움이 되는 행사 등 연락이 오기 시작했다. 그 무렵 아이가 태어났고, 출산과 동시에 모든 일정들에 차질이 생겼다.

아이의 탄생과 바꿀 수밖에 없었던, 어쩔 수 없이 단절된 기회의 시간들이었다. 속상하고 좌절했다. 아이는 선택이 아니니까. 공공기관에 강연은 못 가더라도 글 쓰는 일을 놓지 않았다.

아이가 6개월일 때부터 기차 타고 버스 타고 다니기 시작했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았다. 이도 저도 안 될 것 같아 백화점 문화센터 강의만 남겨놓고 육아에 전념했다.

우연한 기회로 알게 된 카페를 통해서 독서모임을 2년 정도 이끌어 갔다. 그곳의 주부들과 책을 읽고 이야기하면서 엄마들의 목마름을 보게 되었고, 함께 할 수 있는 작은 공간이 있다면 뭔가를 할 수 있겠구나 하고 생각했다. 버찌책방은 그렇게 탄생했다. 이 모든 경험들이 지금의 버찌책방 아줌마, 지금의 조 대표를 만들어냈다.

c5.jpg

‘버찌책방’ 스토리를 담다

미국의 <위그든 씨의 사탕가게>라는 그림책이 있다. 중학교 교과과정에도 소개될만큼 유명한 소설인데 폴 빌라드의 <이해의 선물>로 길벗어린이 출판에서 우리나라에 소개된 책이다.

이 책의 주인공은 어린 시절 어느 날 은박지에 담긴 버찌씨를 가지고 사탕가게에 가서 그것을 내밀고 “사탕을 사기에 모자라나요?” 라고 묻는다. 위그든 씨는 오히려 돈이 남는다며 사탕과 함께 거스름돈 2센트를 건네준다.

소중한 기억을 갖고 어른이 된 주인공은 물고기 장사를 하면서 비슷한 일을 겪게 된다. 어른이 되어서도 그때의 소중한 기억으로 동심의 행복함을 느끼는 주인공은 눈물까지 흘리면서 이야기의 결말을 맺는다.

이 아름다운 이야기로 ‘버찌책방’이 탄생했다.

조 대표 부부는 책방을 열기 전에 중고책을 사고 파는 플리마켓에 참여했다. 그때 상점 이름을 ‘버찌책방’으로 지었고 그날 모든 책을 완판했다.

그날 번 돈으로 아이와 함께 행복한 저녁을 먹은 기억이 ‘버찌책방’에 담아 있다.

조 대표는 본격적으로 책방을 시작하기 전에 2019년 4월 한 달 동안 아이를 데리고 책방투어를 다녔다. 작은 공간을 활용하고 독립출판 시장도 우리나라보다 훨씬 큰 나라에서 직접 보고 듣고 느꼈다. 작은 공간의 콘셉트를 좀 더 확실히 해야겠다는 생각에서 버찌 로고를 만들었고, 1인 출판사로 등록해서 2019년 9월 대전에서 처음으로 ‘책을 만드는 책방’이라는 콘셉트로 문을 열었다.

“서울과 수도권 독립서점은 싱글 여성, 또는 결혼을 하지 않는(아이가 없는) 분들이 운영하는 경우가 많아요. 괴리감이 느껴졌죠. 결혼하고 아이가 있는 엄마, 아빠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동네책방은 대형서점과 차별화되어야 한다. 공간이 작은 만큼 저마다 고유한 색깔을 지니기 위해서는 책방지기의 역할이 굉장히 중요하다. 책방지기의 생각과 가치관이 책방의 고유성을 대표하기 때문이다.

어려운 발걸음으로 책방 문을 두드리는 책벗들과 따뜻한 관계를 맺을 수 있는 책방지기의 환대, 주인의 태도, 가치관이 책방의 이미지를 만들어낸다.

그녀의 세번째 책 <여자에게 여행이 필요할 때> 첫 장에 쓰여진 나짐 히크메트의 시 <진정한 여행>이 그녀의 현재진행형인 삶을 말해주고 있는 듯하다. 우리는 모두 서서히, 천천히, 조금씩 변화하면서 인생의 진정한 여행을 시작한다.

c6.jpg
소년원에 있는 아이들에게 1년 동안 국어를 가르치던 선생님의 기록이다. 소년원 안에서 책으로 직접 만나본 아이들은 우리의 편견과 다르다. 왜 이렇게 됐을까를 같이 생각해봐야 한다. 헤드라인 “좋은 삶이 무엇인지 알고, 좋은 삶을 욕망할 줄 아는 소년들을 위해서”라는 글귀를 읽으며 다시 한 번 아이들의 삶과 동시에 우리의 삶을 생각해보게 만드는 충분한 가치가 있는 책이다.

end_1.jpg
Copyright © StorySend.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