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광역시의회] 하루하루여행 : 책방정류장 > 소식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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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통권 제96호 동구 대동벽화마을의 ‘머물다가게’를 시작으로 ‘가까운책방’, ‘삼요소’, ‘책방채움’ 등 대전의 독립서점 투어가 어느덧 아홉 번째에 이르렀다. 서점을 찾아 책방지기들과 인터뷰하고 또 다음 책방을 추천해주는 릴레이로 진행하면서 ‘아! 대전에 이런 곳이 있구나’ 하는 공간의 재발견이 즐거운 코너다.

2021년 대전광역시의회 부활 30주년 「대전의정소식」 특집호에 만날 책방의 주인공은 대덕구의 유일한 독립서점 ‘책방정류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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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덕구 사랑방

(똑똑똑)“여기 뭐하는 곳이에요?”

지나가는 초등학생이 목이 말라 물 좀 마실 수 있을까 해서 문을 두드린다.

인심 좋은 사장님이 물 한 컵 내어주며 “여기는 책을 파는 서점이야”라고 친절하게 말해준다.

독립서점 ‘책방정류장’은 대덕구 용전초등학교와 한남대학교 인근 골목길에 호젓하게 자리 잡고 있다. 책방을 찾은 날 내린 빗물이 책방정류장의 적벽돌을 적시며 선명한 빛깔을 내뿜었다. 덕분에 책방정류장의 외관은 더욱 레트로한 느낌을 자아냈다.

책방정류장의 주인장 오민지 씨는 10여 년간의 직장생활을 접고 잠깐 쉬면서 인생의 터닝포인트를 준비하는 시기가 있었다. 독일 최고의 과학 저널리스트 울리히 슈나벨이 쓴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의 힘>에서 휴식의 놀라운 효과를 밝혀낸 것처럼 민지 씨는 잠시 쉬는 동안 오롯이 자신만의 시간에 집중했다.

그때 온종일 책만 보고 싶어서 집안에 좋은 소파와 책상, 스피커까지 들여놨지만, 좀처럼 카페나 서점에서 보는 것과 같이 집중이 안 됐다.

‘책을 종일 볼 수 있고 혼자만의 시간을 보낼 수 있는, 누구에게든 방해받지 않는 나만의 공간을 내가 직접 마련하면 되겠구나!’

책방정류장의 탄생은 이러했다. 본격적으로 책방을 준비하면서 여러 책방지기들의 조언을 들어 비교적 임대료가 저렴한 대덕구에서 시작하면 이 지역의 유일한 공간으로 만들 수 있겠다 싶었다. 특히 한남대학교가 인근에 있어 청년들이 모여 무언가를 할 수 있는 최적의 공간이라고 생각했다. 본격적인 운영을 해보면서 깨달았지만, 한남대학교 재학생이 책방에 오는 빈도는 현저히 낮았다. 오히려 학교를 졸업한 일반인들이나 인근 초등학생들이 주로 찾는 사랑방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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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성 존중

책방정류장은 ‘다양성 존중’이라는 주제로 책을 큐레이션(다른 사람이 만들어놓은 콘텐츠를 목적에 따라 분류하고 배포하는 일)을 하고 있다. 인권, 여성, 비건 등 다양한 이야기들의 책을 입고하고 관련 문화 행사(북토크, 소모임 등)를 진행하면서 우리 사회의 다양성을 존중하는 문화를 만들고자 노력한다.

민지 씨는 책방 오픈 초기에 책방정류장에서 구입한 책 <아무튼, 비건>이라는 책을 읽고 실제 비건으로 전향한 손님을 경험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책방의 정체성이 명확해지고, 한 사람의 인생에 영향력을 끼치는 매우 중요한 일이라는 점에서 일에 대한 자부심과 신중함을 더 기하게 됐다.

책방 인근에는 ‘레시피제과’라는 빵집이 있다. 동네 맛집, 한남대 빵집이라고 소문나 있는데 앉을 곳이 없어 아쉽다. 소확행을 원한다면, 금방 구워낸 따뜻하고 향긋한 레시피의 빵과 함께 책방에 들르는 것은 어떨지 조심스럽게 추천해본다.

주변 산책코스로 한숲아파트 벚꽃길과 장미가 흐드러지게 피는 용전교회를 거닐다 보면 자연스럽게 길고양이들을 만날 수 있다.

“책방에 가만히 앉아 길고양이들이 뛰어다니는 모습을 보면 모두가 사랑스러워 하실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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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일 책방지기에 도전해보세요

나만의 부캐를 만드는 것이 요즘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한 밀레니얼 세대와 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 출생한 Z세대를 통칭하는 말)의 유행이다.

‘책방지기’로 부캐에 도전한 박소리 씨는 책을 좋아해 독립책방을 한번쯤 운영하고픈 소망이 있었다. 대덕구 책방정류장의 이색 프로그램 중 하나인 ‘일일 책방지기’는 일반인들이 하루 동안 책방정류장에서 직접 운영자가 되어 본인만의 서점으로 운영해보는 것이다. 매주 화, 금요일에 네이버로 예약을 받아 진행하고 있다. 책방을 살펴보니 최근 ‘일일 책방지기’를 체험해 본 박소리 씨의 메모를 책꽂이에서 찾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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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책방은 어떤 사람이 하는 것일까? 과연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 운영도 잘 하는 것일까? 일일 책방지기들의 메모와 오 씨의 얘기를 들어보면 무엇보다도 ‘혼자 있는 시간을 잘 보내는 사람’이 가장 적격인 듯하다.

책을 좋아해서 서점을 시작했지만, 일반 서점과 다르게 현실적으로 독립서점은 여전히 ‘문제집 파는 곳’으로 인식되어져 있기 때문이다. 민지 씨는 현관 옆 출입구에 ‘이곳은 책을 파는 공간입니다’라고 입간판을 세워놓았다.

대전시의회에서도 지역서점 활성화를 위해 관심을 갖기 시작하고 조례 제정과 정책토론의 장을 마련하고 있다. 무엇보다 독립서점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과 인식의 변화가 우선되어야 할 것이다.

“소규모 책방은 오래도록 한 자리에 책방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해야 해요. 지역서점 활성화를 위해 큐레이션이나 문화행사(북토크, 소모임) 유치, 카페 병행 등 지역주민들이 이용할 수 있는 방안을 끊임없이 연구해야 할 것입니다.”

이곳은 한 사람의 인생을 바꿔놓을 수도 있는 좋은 책을 큐레이션하며 초등학생이 자연스럽게 책과 친해지면서 어울릴 수 있는 어린이 놀이터이기도 하고, 청년들이 들숨과 날숨이 살아 숨 쉬는 창의적인 공간으로 미래를 꿈꾸게도 한다.

인생의 다음 목적지를 향해 가기 위해 잠시 책방정류장에서 속도를 멈춰본다. 당신의 인생에 터닝포인트가 될, 뜻하지 않은 스팟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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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우울감을 느끼는 이들이 많다. 책을 추천해달라는 손님에게 최근 고민이나 관심있는 카테고리를 물어보는데 불투명한 미래와 반복되는 일상에 지쳐 떨어진 자존감에 대해 토로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무료함을 벗어나 새로운 삶의 방식을 통해 영감과 활력을 얻으면 어떨까 하는 마음으로 이 책을 추천한다.

‘사이드 프로젝트’는 본업을 지키면서 나만의 ‘부캐’로 활동하는 것을 말하는데 예를 들면 국민MC 유재석이 트로트가수 유산슬이기도 하고, 프로듀스 지미유이기도 한 것처럼.

복잡한 생각은 잠시 접어두고 내 안에 숨죽이고 있던 빛나는 가능성을 만날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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