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광역시의회] 하루하루 여행 : 우분투북스 > 소식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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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의정소식] 열한 번째 대전독립책방 투어의 주인공은 ‘우분투북스’다. 그동안 각 책방마다 지역의 특색을 담고 책방지기의 색을 담아내 이색적인 책방의 이미지를 엿볼 수 있었다. 책방 이름마저 무언가 있을 것 같은 ‘우분투북스’의 색을 찾아 궁동과 어은동 사이 골목길을 찾았다.


네가 있으니 내가 있다

대전시 유성구 궁동도 아니고 어은동도 아닌 그 중간쯤 골목길. 식당, 술집들 사이로 이색적인 간판이 하나 눈에 띈다. 진한 올리브그린 색을 떠올리는 테두리에 ‘Ubuntu Books ; I am, because We are!’라고 쓰여 있다. 문 앞에는 초록색으로 인조잔디가 깔려 있고 자전거와 함께 한쪽 귀퉁이에 작은 정원이 마련되어 있다. 어지럽고 복잡한 도심 속 나만의 작은 책방으로 손색없는 독립서점을 발견하는 순간이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이색적인 인테리어가 먼저 눈에 들어온다. 흙을 연상케하는 주황색과 숲의 색 초록이 어우러져 마음의 편안함을 주는 색들로 벽이 채워져 있다. 술집(칵테일 바)을 그대로 개조한 듯한 내부는 긴 바에 술병 대신 책들이 놓여져 있었다.

이국적인 책방의 이미지를 닮은 책방지기 이용주 대표가 따뜻한 홍차를 내온다. 영화 <어바웃타임>에 출연한 배우 빌 나이를 닮은 책방지기가 낯설지 않다.

우분투(UBUNTU)는 ‘네가 있으니 내가 있다’라는 윤리 사상을 일컫는 아프리카 일대 반투어로 공동체 정신과 인류애를 뜻한다. 또 다른 의미로 우분투는 윈도우와 같은 운영체제 중 하나인 리눅스를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배포판이다. 데비안 GNU/Linux를 기반으로 하고 있고, 카노니컬 사(Mark Shuttleworth 소유)의 지원을 받고 있다. 이 때문에 이공계 학생들이 잘 아는 단어이기도 하다.

이중적인 의미를 담은 책방 이름 덕분에 인근의 학교, 카이스트와 충남대학교 이공계열 학생들이 문을 열고 들어와 컴퓨터 분야 책을 찾거나 들어와서 고개만 갸우뚱 하고 나가는 일도 잦다고 한다. 건강, 먹거리, 자연, 환경이 책방지기의 주된 관심사인 이곳에 컴퓨터 관련 서적이 있을 리 만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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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방지기는 내 운명

동네책방도 자영업이다. 책방이라서 특별히 더 힘들거나 어려울 것은 없다. 책방은 밥을 먹듯이 매일 찾는 곳이 아니다보니 경기가 어려우면 후순위로 밀려나는 아이템이다. 그래서 처음 시작할 때 최소 3년만 해보자는 생각에 대전으로 내려오게 됐다. 그렇게 시작한 책방이 문을 연지 5년이 되었다. 서울 출신인 이 대표는 두 딸이 대전 소재 대학교에 진학하면서 대전과 연을 맺게 되었다.

이 대표는 제과점 탐방 전문 잡지사에서 오랜 근무경력을 쌓고 이후에도 출판사와 작은도서관 연계 지원사업 등을 하면서 건강 관련 독립책방에 관심을 갖게 됐다. 장소만 알아보고 당시 권리금이 없었던 이곳을 6월에 계약하고, 한 달여 공사기간을 거쳐, 2016년 8월에 문을 열었다.

결정을 잘 못 내리는 이 대표가 ‘우분투북스’만큼은 속전속결로 이뤄낸 걸 책방지기는 그의 운명이 아닐까 싶다.

우분투북스의 대표적인 운영방법 중 두 가지를 소개한다. ‘테마서가’와 ‘정기구독서비스’가 바로 그것.

먼저 ‘테마서가’는 공간 안에 공간을 활용한 아이디어가 돋보인다. 이 대표는 작은 공간 안에 또 다른 나만의 공간을 마련하고 매월 한 가지 주제를 정해 관련 도서를 큐레이션하는 ‘테마서가’를 운영하고 있다. 10월의 주제는 ‘하늘과 바다’였다. 정갈하게 주제에 맞게 선정된 책들이 궁금증을 풀어주는 여행을 시켜줄 것만 같다.

‘정기구독서비스’는 다른 서점에서도 많이들 하고 있는 운영방법인데, 코로나19로 공간 및 이동의 제약이 많은 요즘 책을 좋아하는 이들이 자주 이용하는 서비스다. 이 어려운 시기에 매달 고정적으로 만날 수 있는 비대면 독자가 있다는 사실에 감동한다.

이 대표는 월말이면 찾아오는 이 시간에 대해 “누군가를 위해 책을 고르다 내 자신도 몰랐던 책을 발견하고 읽으며 익어가는 시간”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그렇게 한 권 두 권, 새로 알게 된 책이 쌓여가며 책의 지평도 넓어지고 책장도 새로운 세계로 확장되어 간다”며 “ 책방의 정기구독을 통해 책을 받아 보시는 분들이 책방지기에게 고맙다고 하지만 정작 정기구독의 수혜자는 책방지기가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든다”고 덧붙였다.

‘우분투북스’는 책을 읽는 자와 추천해 주는 자 두 사람을 연결해주며 새로운 세계를 확장해 가는 역할을 묵묵히 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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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과 도시의 연결

지난 5년간을 되돌아보면, 지금 있는 이 공간을 계속 유지해야 하는지를 고민하고 내려놓고 싶을 때도 있었다. 그때마다 “당신은 중요한 일을 하고 있다”고 말해주는 독자들과 책방을 다시 찾아주는 고객들이 꼭 나타났다고. 이 대표는 “기억해 주는 사람, 마음 한 켠에 담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공간을 유지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공간에서 역할을 다하며 우분투북스는 이름다운 공동체 정신의 가치를 잇고 있다. 이 대표는 앞으로 공간이 확장되면 ‘농촌과 도시의 연결’이라는 컨셉으로 책을 매개체 삼아 새로운 공간으로 구현하고 싶다고 전했다.

우분투북스는 ‘건강한 책과 먹거리로 도시와 농촌을 잇는다’라는 컨셉 키워드로 자신만의 색깔을 내며 힘든 시기에도 묵묵히 역할을 다해내고 앞으로도 골목상권을 지켜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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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1년 반 정도 넘어가면서 최근 가장 많이 나오는 책 중에 하나가 정원 책(가드닝)이다. 코로나19로 야외활동이나 행동 제약들이 많다보니 최근 식물에서 위안을 받고자 하는 욕구가 많이 생겼다. 에밀리 디킨슨은 은둔시인이며 전문적인 식물학자이기도 하다. 시인의 시 세계와 식물을 통해서 새로운 힐링의 시간을 갖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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